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10월
품절


주타로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스미코가 적절한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절묘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식욕보다 애정의 문제! 그래, 그거다.
'1인'이라고 적힌 열차 식당의 영수증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도리카이 주타로가 막연히 미심쩍게 생각하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남녀는 이제부터 자살을 하려고 멀리 규슈까지 가는 길이다. 애정은 평소보다 한결 깊을 것이다. 게다가 열차 안이다. 남자가 식당차로 가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같이 가서 커피 한 잔 정도 마시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좌석은 지정석이니까 두 사람이 비운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뺏길 염려는 없다. 혹시 선반 위에 얹어둔 짐이 신경 쓰여서 여자가 남았을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주타로는 사야마와 오토키 사이에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44~45쪽

미하라는 노면전차를 타는 것을 좋아했다. 특별히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무작정 올라탄다. 행선지도 없이 탄다는 것이 이상하겠지만, 생각이 막힐 때면 멍하니 노면전차에 앉는다. 느린 속도와 적당한 흔들림이 그를 사색으로 이끌어준다. 자주 멈추고 그때마다 덜컹덜컹 흔들리며 출발하는 전차 좌석에 몸을 기댄다. 이런 환경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생각의 흐름 속에 잠기는 것이다. -159쪽

그러니까 어디로 보나 이자의 범행이 틀림없다고 믿었으면, 몇 번이고 간에 밀어붙여 볼 일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모르는 사이에 선입관이 작용해서, 당연하다고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무섭습니다. 이 만성이 된 상식이 간혹 맹점을 만드는 일이 있습니다. 당연한 상식이라도 수사에 임할 때는 일단 출발점으로 되돌아가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