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절판


'이런 마을에 살고 싶다'는 마음은 늘 이방인의 달콤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마을이 실제로 있긴 있다. -48쪽

구도가 카운터 안쪽에서 팔짱을 끼며 고개를 약간 갸웃했다. 이야기를 해도 될지 생각에 빠져 있는 그 모습이 붉은 에이프런에 수놓인 요크셔테리어와 매우 닮았다. 아주 짧은 순간, 손님과 시간을 포함하여 가게의 움직임이 모두 멈춘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 이유는 삼나무 문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격리된 이 장소가 구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였기 때문이다. 단, 이 가게의 맹주는 그런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결코 과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의식조차 못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에 농락당하는 것도 모른 채 단지 이곳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뿐이다. -70쪽

자유는 혼자 된 자신을 차가운 손바닥으로 내리누르고 있었다. 혼자서 집을 나설 때, 기다릴 사람 없는 집으로 돌아올 때, 부재중 전화 하나 없는 자동 응답기를 볼 때, 욕조에 몸을 담그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자유가 고독으로 바뀐 순간부터 노다에게 다른 감정이 생겨났다.
공포와 한없이 닮아 있었다.
'나 이외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그 생각은 가나리야를 드나드는 지금도 노다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응어리로 남아 욱신거리고 있다.
누구나 얼굴 뒤편에 슬픔을 담아 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나이는 아니었다. 동시에 누구나 자신의 슬픔이 최악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도 괴로운 법이다."-90~1쪽

이번에는 자신의 전용 고블릿을 비어서버 꼭지에 대었다. 구도가 맥주를 마신다는 것은 천천히 이야기를 듣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가게의 손님들이 안고 있는 작은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101쪽

'기원, 소원, 소망, 희망, 절망, 동경.'
사람이 살면서 하는 이런 말들 중 몇 개가 현실이 되는 것일까. 아마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신앙을 찾는 것이다.
점술이 그렇고 주술이 그렇다. -130쪽

히즈루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 룰을 간신히 이해했다. 이 가게에는 특유의 게임 비슷한 것이 존재한다. 참가 조건은 명쾌하다. 수수께끼를 내는 사람,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 양쪽을 겸하는 사람, 셋 중 하나면 된다.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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