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4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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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규칙을 지키는 게 실은 머리로 이해하는 이상으로 힘들다는 것을 나는 곧 통감하게 된다. 사람은 시야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 느껴지는 기척에 아무래도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는 그쪽을 보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작은 공포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경우, 처음에는 불안이라 부를 수도 없을 만큼 미미했던 느낌이 자꾸자꾸 쌓이면서 어느새 커다란 진짜 공포로 자라난다. 그게 얼마나 불안하고 무섭고 쓸쓸하고 꺼림칙한 느낌인지는 체험을 한 사람만이 실감할 수 있으리라. -39쪽

'게다가 뭣보다도 논리적 사고를 토대로 괴이에 임한다고 반드시 완전히 합리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고.'
겐야는 이전의 설명에 의거해 그렇게 섦여하려다가 그만두었다. 현실과 비현실, 합리와 비합리, 흑과 백. 세상 많은 사람들이 매사가 그런 식으로 명쾌하게 구분된다고 무의식중에 믿는다는 것도, 지긋지긋하리만큼 겪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80쪽

"물론 실제로 사건이 벌어진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장소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잊히기 쉽단 말이지. 예컨대 같은 마을 사람이 조금 서둘러 뒤를 지나쳤을 뿐인 상황도 여기선 어떤 요사스러운 존재하고 마주친 것처럼 느껴지거든. 또 잠깐 다른 데 들렀다 가느라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인데도 신령한테 납치됐다고 여겨지고. 그런 게 아닐까. 난 처음엔 마을 곳곳에 허수아비님이 모셔진 광경이 무섭게 느껴졌어. 그리고 이런 환경을 스스로들 만들었기 때문에 섬뜩한 전승이 생겨나는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도야마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건 자위를 위한 방어책인 거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혼자 길을 다닐 수 없을 만큼 사위스러운 느낌이 있는 거지, 이 마을의 지형엔."-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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