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다는 소문을 꽤나 많이 들어서 과연 어떤 책이길래 하는 호기심에 집어 든 책이었는데, 사실 빌릴 때 그 두께에 살짝 압도되어버렸었다. 오랜만에 읽는 300장 이상의 책이었는지라...하지만 두께에 압도당한 것도 잠시. 책은 펴는 순간 미친듯이 그르누이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자신의 아이가 그저 죽기를 바라는 생선장수 엄마에서부터 아기에게서 나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며 그르누이를 맡지 않겠다는 보모, 자신의 향수가 아닌 그르누이의 향수를 팔아 부자가 된 발디니, 그리고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애써 그라스를 떠났지만 결국 딸을 잃게 된 리쉬 등등. 책 속에서는 그르누이가 일생동안 만난 사람들이 각자의 향기를 내뿜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정작 그르누이는 아무런 향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말이다.
 사람에게는 개개인마다 독특한 향기가 있다. 문득 문득 그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면 그 사람이 함께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단순한 향기만으로도 사람의 생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만들어 낸 향기로 세상을 지배했던 남자.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그 향기를 느낄 수 없었던 남자. 25명이나 죽여가면서 (26명이라고 해야 하나?!) 자신의 목표를 이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얼마나 큰 일을 해낸 것인지를 다른 사람을 통해서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르누이가 불쌍하게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냄새. 그 냄새를 향기로, 또 향수로 승화시켜 하나의 멋진 소설로 만들어 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상상력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지금도 내 주위를 감싸고 있을 향기를 애써 맡아보려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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