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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평점 :
1969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얇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크게 2막으로 나뉘어지는 이 책은 두 사람이 고도라는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생기는 일을 보여주고 있다.
독자는 책을 끝까지 읽어도 고도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들이 왜 고도를 기다리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고도를 만나기 위해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고도를 기다리고, 같은 시간에 같은 꼬마가 와서 고도는 오늘 못 온다고 내일은 꼭 올거라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그들은 어제의 기억은 잊고 새로운 날을 살아간다. 그들이 살아가는 목표는 오직 고도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그 목적을 빼곤 그들은 아무런 목적의식이 없고, 다른사람과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는다.
69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하여도,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 사회의 모습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화된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일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일상, 각자가 추구하는 개별적인 목적. 지금도 그들은 고도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도를 기다리며, 언젠가 그를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