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의 2003년 작품이자, 그녀의 열두번째 소설인 이 책 속에는 그녀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대결모드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소녀 블랑슈. 그리고 그녀가 대학에 가서 만나게 된 그녀와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크리스타. 모든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크리스타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블랑슈에게 접근함으로써 블랑슈는 16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다고 좋아하며, 통학시간이 4시간이라는 그녀에게 자신의 집에서 지낼 것을 제의한다. 그리고 함께 살게 된 크리스타와 블랑슈. 함께 살면서 블랑슈는 점점 크리스타의 본질에 대해 깨닫게 되지만, 이미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크리스타의 수작에 놀아나게 된다. 점점 더 파행적으로 치닫는 크리스타와 블랑슈의 관계. 그리고 밝혀지는 크리스타의 실제적인 모습들.
 블랑슈는 내면적으로 크리스타를 공격적으로 대하지만 그 동안의 생활방식으로 크리스타를 공격할 수는 없다. 소극적인 공격을 함으로써 그녀는 크리스타에게 저항하려고 하나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크리스타의 편이 되어버린 자신의 부모, 그리고 학교의 학생들. 그 모든 사람들과의 단절 속에서 블랑슈는 되려 편안함을 느낀다. 고독은 블랑슈의 삶의 본질과도 같은 것이었으므로. 이후, 크리스타의 정체를 밝히려 그녀의 집으로 찾아감으로써 그녀는 좀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이윽고 크리스타의 끊질긴 괴롭힘 속에서 블랑슈는 결국 승리한다.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고, 그 자신의 세계속에서 살고 있으나,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 것인지 알고 있는 크리스타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현실 속에서도 수 없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만 보이는 양상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란 얼마나 쉬운 것인가! 여전히 독설적이고, 강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멜리 노통의 소설. 어찌보면 그녀가 앙테크리스타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일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외교관이어서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고, 그녀의 그런 경험담적인 이야기는 두려움과 떨림에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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