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리 퀸은 아버지의 수사 방법에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다고 개탄했다. 엘러리는 순수한 논리가이자 몽상가이며 예술가다운 기질도 갖고 있었다. 코안경 너머의 그의 눈은 언제나 무엇인가를 추구했다. 범죄자들은 그의 예리한 두뇌로 날카롭게 해부되곤 했다. 범죄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같은 그의 복합적인 기질은 가히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엘러리는 기분이 내킬 때면 추리소설을 쓰기도 했는데, 그 일을 제외하고는 그의 아버지가 퇴직하기 전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리처드 퀸이 경감으로 재직하던 당시 '엘러리 퀸'의 이름으로 많은 추리소설들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몹시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퀸'이 아닌 그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은 없으며 '엘러리 퀸'의 소설과 그의 본명으로 나온 책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는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두번째 책이다. 본명으로 낸 책들은 작가와 그의 아버지가 실제로 겪은 사건들을 거의 가감 없이 그대로 쓴 것이다). -13~4쪽
보통 사람들한테는 범죄자들이 범행 시에 항상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거야. 이를테면 같은 담배만 피우고 버린다든가, 늘 똑같은 가면을 쓴다든가, 일을 끝낸 다음에는 반드시 여자를 끼고 질펀하게 논다든가 하는 행동들 말이야.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 범죄 행위는 곧 직업이라네. 어떤 직업이든 일을 하는 중엔 그 사람의 특성이 나타나기 마련이지. 보통 사람들은 그 사실을 거의 깨닫지 못하지만. -15쪽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가 특별 대우를 요청할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이건 살인 사건입니다. 살인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 가운데서도 최악의 것입니다. 따라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법 아래 개인이든 기관이든 차별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한 여인이 난폭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누군가가 그녀를 살해했습니다. 바로 이 시각에 범인은 몇 킬로미터 밖에 있을 수도 있고, 이 방 안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54쪽
"'장기의 수는 직접 두고 있는 사람보다 옆에서 훈수하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인다.'라는 말이 있죠. 누가 한 말이냐고요? 못난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작가 미상'의 말입니다. 그럼 게임을 시작해볼까요?"-71쪽
'단서'라는 말은 신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어원학적으로 볼 때, 'Clue'라는 단어는 'Clew'에서 유래됐다. (……) 고대 영에서 '실'이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Clew는,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궁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아리아드네가 그에게 실을 건네주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 단서란 탐정에게 유혀적인 것일 수도 있고 무형적인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정신적인 것일 수도 있고 실제적인 것일 수도 있다. 단서는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혹은 없어야 할 것이 있는 상태에서, 혹은 없어야 할 것이 있는 상태에서 뭔가를 찾아내는 것이다. (……) 아무튼 그것의 형태가 어떠하든 간에, 단서는 범죄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을 종잡을 수 없는 미로에서 한 줄기 빛이 비치는 광명의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한다. -<범죄의 예술>, 존 스트랭 윌리엄 O. 그린이 쓴 서문에서 발췌-143쪽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세상에서 가장 스릴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스릴은 (……) 추적자의 기질과 정비례한다. 추적자는 현미경을 이용해야만 찾을 수 있는 범죄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정확하게 관찰하고 (……) 수집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조물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상상력을 이용해서 실제의 모든 현상들을 포괄할 수 있는 이론을 창출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완전한 스릴을 맛볼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 문제에 대한 통찰과 끈기 그리고 정열 이런 것들을 고루 갖춘 사람만이 범인을 추적해내는 일에서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다. -<지하 세계의 존재>, 제임스 레딕스-247쪽
나는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사건을 해결하기 직전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논리적인 분석을 해보는 것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곤 한다. 나는 추리소설의 진정한 맛을 느끼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읽는 것 못지않게 자신이 직접 추리를 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의 하나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스포츠맨 정신에 입각하여,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도전장을 보낸다. 마지막 페이지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이여, 누가 프렌치 부인을 죽였을까? …… 대부분의 추리소설 애호가들은 직감으로 범인을 '짐작'해버리는 경향을 갖고 있다. 어느 정도의 '짐작'은 추리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나는 인정한다. 하지만 상식과 논리를 적용시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즐거움도 배가시킬 수가 있다. -3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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