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의 표지에 쓰여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연작소설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6편의 이야기들은 고베 지진이라는 하나의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 연작 소설이라는 특징말고도 이 책은 하루키의 소설치고 매우 특이하게 3인칭 시점이 사용되고 있다. 책에는 큰 제목이 있고, 그 아래 작은 제목이 하나씩 달려있다. 큰 제목보다는 작은 제목이 책의 내용과 더 가까이 닿아있긴 하지만, 큰 제목과 작은 제목을 두어 보다 열린 생각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그랬으리라.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고베에 일어난 지진. 그리고 그 지진이 일어나는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각기 다른 생활. 실질적으로 그들은 지진으로 인하여 어떠한 피해를 봤다던지, 가족이나 친지를 잃지는 않았다. 어찌보면 그들의 생활과 지진은 무관한 일일 수도 있다. 어쩌면 하루키는 이런 점을 말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책의 처음에는 장 뤽 고달의 <미치광이 피에로>에 나오는 구절이 등장한다.

라디오의 뉴스: 미군도 수많은 전사자를 냈지만, 베트콩측도 115명이전사했습니다.
여자: "무명이란 참 무섭지요."
남자: "뭐라고?"
여자:"게릴라가 115명이 전사했다는 것만 갖고는 아무것도 알 수 없지 않아? 한 사람 한 사람에 관한 일은 무엇 하나 아는 게 없는 상태지. 아내나 아이들이 있었는지? 연극보다 영화를 더 좋아 했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저 115명 전사라는 것 말고는-."

 이와 같은 글로 살펴보건데 하루키는 고베 지진으로 죽은 수많은 사람들의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닌 단편적인 숫자로써 그들의 죽음이 드러나는 것을 안타까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하루키의 소설 치고는 매우 독특했던 것은 비단 3인칭 시점의 사용이나 연작소설이라는 측면을 제외하고도, 이야기가 그동안 그의 소설에 나타난 고독감이나 상실감이 비교적 덜 드러난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그의 소설치고는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드러난다. 이러한 여러가지 사정들이 그의 소설이지만 그의 소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면서 독특함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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