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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 쥘 베른 컬렉션 04 ㅣ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4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성룡이 주연한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영화가 개봉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에 대한 생각이 다시 나면서, 다시금 포그씨와 세계일주를 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긴 하다. 영국의 신사 포그가 클럽의 회원들과 내기를 하고 이를 스스로 보이기 위해서 조금은 무모해보이지만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때마침 영국에서 일어난 은행 강도 사건의 용의자가 포그로 몰리면서 포그는 형사 픽스에 의해 쫓기면서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왔으나 80일만에 돌아오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내기에 졌다고 생각하지만, 포그가 동쪽으로 여행한 덕분에 하루를 벌었다는 극적인 사건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행복하게 마무리 된다. (가족이나 친구하나 없던 포그가 인도에서 구한 아우다와 결혼한다.)
어릴 때는 80일간의 세계여행을 읽으면서 단순히 영국 신사 포그의 여행담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읽은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우선은 쥘 베른의 작가적 능력이 눈에 띄었다. 그는 어린시절 사촌누이에게 산호목걸이를 선물하려고 인도행 무역선에 탔다가 아버지에게 들켜서 돌아오고 "앞으로는 꿈속에서만 여행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그는 굉장히 많은 여행에 관한 책을 썼다. 여행에 관한 욕구를 글로써 표현한 것일까? 여튼간에, 쥘 베른은 다양한 나라의 모습들을 그림 그리듯이 묘사한다. 책 속에서 포그는 그 나라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지 관광이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자세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은 쥘 베른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 열망이 있었음이 드러난다. 사실 어릴 때는 포그가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는 너무 냉정하고 이성적이었다. 되려 그의 하인이었던 파스파르투의 성격이 더 마음에 들었다랄까? 그의 쾌활한 성격은 책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파스파르투의 모습은 포그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었으며, 어찌보면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었던 것 같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가능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싶지 않다. 어찌됐건 이 책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사실 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포그처럼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기사 그게 여행과 일주의 차이려나. 이 책의 마지막은 '이 여행에서 그가 얻은 이익은 무엇인가? 그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는가? 아무것도 없다고 사람들은 말할까? 확실히. 한 아리따운 여성말고는 아무것도 얻은게 없었다. 그러나 좀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 여성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었다. 사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하찮은 것을 위해서라도 세계일주를 하지 않을까?'라는 말로 끝난다. 그 말이 왠지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