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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염천 - 거센 비 내리고, 뜨거운 해 뜨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서영 옮김 / 명상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하루키의 그리스, 터키 여행에 관한 책인 이 책은 이전에 내가 읽은 '먼 북소리'와는 달리 좀 더 여행에 관한 가이드북과 같은 성격을 띄고 있었다.
우선 그리스 중에서도 아토스 지방에 대한 여행을 담고 있는데, 이 아토스라는 곳은 그리스 정교가 지배하는 세계로 그리스 본토와는 아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곳이었다. 여자의 출입은 일체 금지되고, 3박 4일 이상 체류할 수도 없다. 그리고 볼 것이라고는 수도원들이고, 숙박도 오직 수도원에서만 해결할 수 있다. 그야말로 수도원 기행이 아니고선 관광객들이 갈 일이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하루키 일행은 여행을 한다.(여기엔 카메라를 담당하는 마츠무라 씨와 편집자 O씨가 동행한다)몇 시간씩 걸어서 수도원으로 이동하고, 그 곳에서 제공하는 절제된 음식들을 먹으면서 그들은 실제 체류 기간보다 약간 지난 4박 5일간의 여정을 마친다.
그리고는 이어 터키 여행을 시작한다. 수많은 군인들과 어찌보면 지나친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길을 물어보면 그 곳까지 동행하여 안내한다), 그리고 말보로 한 개피에 마음을 여는 사람들. 또, 호텔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형편없던 호텔들에서의 생활과 1차선인 석유수송도로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운전 등등. 별별일들이 벌어진다.
이 책을 읽고, 아토스란 지역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독하게 달다고 하는 루키미라는 젤리 과자와 그리스의 소주격인 우조와 그리스 커피가 어떤 맛일지 궁금한 마음에...하지만 아토스에는 여자의 출입 자체가 금지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고...수도원 기행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면도 있으니까...또, 터키라는 국가에 관한 정보는 사실상 이 책에서 접한 것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신선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터키 역시 그렇게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곳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뭐 그냥 '세상에는 이런 곳도 있구나..'하는 정도로 와 닿았을 뿐. 하지만 반고양이는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 개인적인 사색보다는 여행의 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여서 그런지 어떻게 보면 하루키의 책이라는 느낌이 많이 나지는 않았던 책이지만, 아토스와 터키에 대한 정보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이 책이 지어진 것은 1988이여서 정보가 꽤 오래 전의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