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절판


더블플레이. 오, 이 뭐라 형용해야 좋을 아름다운 울림을 지닌 단어란 말인가. -13쪽

"그러니까 지난번 지난번일 뿐이지. 자네 말을 의심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알잖아, 우리 팀은 항상 주목을 받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가장 곤란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스캔들이네. 사소한 일을 갖고도 난리법석을 치니까."
"요컨대 사실이 어떻든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문제다, 그런 말입니까?"
"그런 셈이지. 그러니까 우리로서도 조사를 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니 자넬 믿지, 믿으니까…… 역시, 그러니까 절차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한동안 자네는 1군과 떨어져서……."
-67~8쪽

공을 던지는 행위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스위스 시계와 같은 정밀함이 요구되는 움직임이다. 약 18미터 앞의 목표를 향해 몸의 근육과 관절을 하나의 통일체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미세한 먼지 하나가 시계를 고장 내듯이, 사소한 이상이 몸 전체의 밸런스를 깨뜨리고 만다. 무사사구 시합을 다섯 차례나 기록한, 컨트롤이 좋기로 유명한 야마우치 투수가 2회까지 일곱 개의 볼넷을 내주고 강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발톱을 너무 깊게 자른 게 원인이었다. 나 역시 거의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미세하게 남아 있는 코와 옆구리의 통증이 피칭 메커니즘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발을 드는 타이밍을 바꿔보고, 팔꿈치를 올리는 동작을 늦춰보는 등 이것저것 조정해보느라 고투를 벌였지만 결국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70쪽

냉정이라. 타인의 내면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느꼈다. 사실 내 마음은 망망대해에서 돛이 부러진 요트처럼 엄청나게 휘청거리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표정을 감추는 훈련을 너무 많이 해온 탓이다. 그래서 냉정하게 보일 뿐인데. -85쪽

아직 나에 대한 의혹 추궁의 열기가 식지 않았다. 며칠 전만 해도 오리올스 선수 출신인 스포츠 해설자가 "투수 한 사람의 힘으로 승부조작을 하기란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하다"라고 발언했다가 맹렬한 반발에 부딪혔다. 그 발언의 요지는 "현대처럼 중간과 마무리의 분업화가 이루어진 야구에서 과연 선발 투수 한 사람이 주도하는 승부조작이 가능할까? 조금만 얻어맞아도 바로 교체되고, 또 그 뒤 타선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팀 전체가 짜지 않는 이상, 승부조작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내가 듣기에도 지극히 당연 마땅한 의견이었다.
대부분의 스포츠 프로그램, 스포츠신문, 잡지가 그의 의견을 문제 삼고 깡그리 짓밟았다. 이른바 야구 도박의 세계는 컴퓨터의 도입으로 세세한 부분에서까지 도박을 걸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3회까지 몇 점을 실점하느냐를 놓고도 도박이 가능하다. 반드시 시합에 져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105~6쪽

이 집 정원은 가전제품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다. 온갖 종류의 가전제품들이 버려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아직 쓸 만해 보이는 물건도 많다. 원래는 괜찮은 성능, 괜찮은 소재의 물건이었을 텐데 지금은 이렇게 내팽개쳐져 있다. 지금 내가 속해 있는 2군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59쪽

하타다가 결정한 트레이드 중에 일곱 건이 좌투수였다. 우투수가 나간 경우는 한 건밖에 없다. 상당히 기이한 비율이다. 어느 구단이든 좌투수가 부족하고, 게다가 왼쪽 타석에 강타자들이 모여 있는 현실에서 좌투수를 내보내는 행위는 그리 현명한 트레이드라고 할 수 없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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