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시오관
·음식을 보면 그 속에 담겨 있는 노고를 헤아리고, 그것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 보라.
·자신의 덕행(德行)이 완성되었는지 결여되었는지를 헤아려서 공양(供養)을 받아야 한다.
·마음을 절제하여 지나친 탐욕을 없애는 것으로 근본을 삼아야 한다. 특히 맛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까탈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음식을 몸에 좋은 약으로 알고 몸이 파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먹어야 한다.
·군자는 도업을 먼저 행하고 그 다음에 음식 먹을 생각을 해야 한다. -16~7쪽
소는 유교식 제례에서 천자의 제상에 올리는 희생이기 때문에 육류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다. 조선 사대부들이 소고기를 귀히 여긴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그리고 소고기는 조선 사대부들에게 기분 좋은 음식이었다. 그들이 문화적 본국으로 여겼던 중국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우심적에 담긴 왕희지 이야기, 설야멱(雪夜覓)에 담긴 송 태조와 보(普) 사이의 군신 관계를 뛰어넘은 우정 이야기는 참 멋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이야기에 조선 사대부들은 한껏 기분이 고양되어 소고기를 찾았다. 화롯불에 우심을 구우며 왕희지인 양 폼을 잡아 보고, 설야멱을 먹으며 송 태조와 보의 허물없는 우정을 떠올렸다. 조선 사대부들에게 소고기는 고귀한 신분과 지위의 상징이었고, 문화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 주는 음식이었다. -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