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길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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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기회만 있으면 얼마든지 이렇게 될 수 있어. 다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맞이했을 때의 마음가짐일세. 그만한 기회에 올라탈 수 있는지 어떤지는, 본인의 평소 준비에 달려 있거든." -63쪽

이렇게 불합리한 일도 없지만, 타인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지극히 공평한 입장에 선다. 그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80쪽

"어째서 제게 흥미를 가지시는 건가요?" (중략)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서입니다."
"어머나, 꼭 소설 대사 같네요."
"그렇군요……. 연애로 받아들이면 묘하게 들리네요. 보통 사람이 보통의 심리로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뜻이라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에요. 고타키 씨와 저는 지금까지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걸요."
"중요한 것은 상대를 알게 된 기간의 장단長短이 아니라 깊이의 정도입니다. 다미코 씨, 말해 두겠는데 저는 당신의 몸에 아무런 흑심도 갖고 있지 않아요. 그것만은 안심해 주셨으면 합니다."
"……."-88~9쪽

증언자의 말은 같은 뜻이라도 기교나 말투에 따라 여러 가지 뉘앙스를 갖는다. 이를 이용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기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예를 들면 다미코가 남편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았다는 증언 하나만 보아도, '친절하지 않았다'는 표현은 '차가웠다'는 말로 바뀌고, 종래에는 '매몰찼다', '학대했다'는 뜻으로 왜곡되어 간다.
하나의 증언을 좌우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게 할 수 있다. 증언자는 청취자가 정리한 내용을 읽고 자신이 이야기한 뉘앙스와 다르다는 점을 눈치채더라도 큰 줄기가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결국 날인을 하는 법이다.
어떤 주관에 의해 증언을 '편집'하려고 하면 불리한 부분도 얼마든지 생략할 수 있다. 즉 용어를 바꾸고 강조, 생략, 함축 등을 이용함으로써, 의미를 애매하게 만들어 무엇이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변형할 수 있다-.-24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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