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확 대실 해밋 전집 1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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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윌슨이 하느님의 오른편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총알구멍을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말입니다만."
"누가 쐈답니까?"
회색 옷을 입은 남자가 목덜미를 긁으면서 대답했다.
"누구든 총 쥔 놈이 쐈겠죠."-15쪽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나머지 인간들만 유죄로 만들 수 있는 일을 모조리 파헤쳐서 끝장을 보는 거요. 광고라도 할까. '범죄 구함, 남녀 불문.' 내 생각만큼 타락했다면 그들을 교수대에 보낼 만한 일 한두 개 정도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닐 거요. -142쪽

작금의 상황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분별 있고 이성적이며 세상일이란 게 제 뜻대로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 만큼은 충분히 겪어 본 성인들이다, 누구라도 때로는 타협할 필요가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상대가 원하는 것도 주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이 정신 나간 살육을 끝장내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든 일을 솔직하게 논의하면 퍼슨빌을 도살장으로 만들지 않고도 한 시간 안에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며 영감은 장광설을 끝마쳤다. -241쪽

오늘 오후에 영감한테 찾아가서 내가 그들을 박살냈다는 걸 알려 줄 수도 있었어. 그러면 영감은 이성적으로 나왔겠지. 내 편을 들어 합법적으로 게임을 끝내도록 지원해 줬을 거야. 그런 방법도 있었단 말이야. 하지만 그자들이 서로 죽이도록 하는 쪽이 더 쉽고 확실했어, 그렇고말고. 이제 생각해 봐도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야. 대만족이야. 탐정사무소엔 뭐라고 보고해야 좋을지 모르겠군. 만약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보스가 알면 날 기름에 튀겨 버릴 거야. 이 망할 놈의 도시 때문이야. 포이즌빌이 맞아. 독의 도시라고. 날 독에 중독시켰어. -257쪽

잘 들어, 난 오늘 밤 윌슨 영감의 탁자 앞에 앉아 송어를 낚싯바늘에 꿰어 갖고 놀듯 그자들을 농락했어. 물고기를 낚을 때 느끼는 손맛만큼이나 흥미만점이더군. 난 내가 까발린 것 때문에 누넌이 그날 밤을 넘길 확률이 만의 하나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보며 웃었어. 마음속까지 훈훈하고 행복했다구. 그건 내 본모습이 아냐. 그나마 영혼이 남은 자리에 온통 단단한 딱지가 앉아 버렸어. 20년간 범죄를 다루다 보니 어떤 살인 사건도 속사정은 일절 보지 않고 오직 수입원이자 일로만 볼 수 있게 됐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 죽음을 계획하면서 흥분하는 건 나답지 않아. 바로 이 도시가 날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257~8쪽

나는 늘상 입에 달고 사는 불평을 시작했다. 신문이란 것은 도무지 일을 온통 어지럽혀서 사건을 수습할 수 없게 만드는 데 말고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물건이라고.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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