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악을 왕의 망토처럼 차분하게 두르고 다녀야 한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감지하지 못하는 체하는 후광처럼. 대기의 투명한 진흙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는 윤곽은 타락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형식에 관한 최고의 악이다. - 세자르 모로, 『죽도록 사랑하기』-9쪽
'난 사랑과 관련된 것에는 온갖 종류의 편견을 가지고 있어.' 그는 마음속으로 고백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그 어떤 편견도 버릴 마음이 없었다. -47쪽
'그 작은 소리들도 역시 당신이야, 루크레시아. 그것들은 당신만이 지닌 독특한 화성이고 울려 퍼지는 당신의 몸이야.'-51쪽
"행복은 존재해." 그는 매일밤 그러는 것처럼 반복해서 중얼거렸다. 그랬다. 행복이 가능한 곳에서 행복을 추구하려 한다면 그건 사실이었다. 가령 그곳은 자신의 몸과 살아하는 여인의 몸이었다. 혼자서 목욕할 때도, 그토록 열렬히 갈망하던 사람과 침대에서 몇 시간 혹은 몇 분을 함께 보낼 때도 그랬다. 행복이란 일시적이고 개인적인 것이지 결코 집단적이거나 공공의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에 행복은 둘로 나뉘고, 극단적으로 드문 경우에만 셋으로 나뉘는 법이었다. 행복은 조개 속 진주처럼 인간에게 완벽함의 신기루나 섬광을 제공해주는 특정한 의식이나 전례의 의무 속에 숨겨져 있다. 우리는 그런 행복의 부스러기에 만족해야만 불가능한 것을 얻으려고 애쓰면서 고통이나 절망 속에서 사는 것을 면할 수 있다. -52쪽
그녀의 육체를 가장 잘 요약해주는 단어는 바로 '부풀다'라는 말이다. 나의 외설적인 이야기 덕분에 감정이 솟구친 나머지 그녀의 모든 것이 곡선이 되어 부풀고 굽이쳐 올라가며 적절하게 부드러워진다. 그것이 바로 훌륭한 취향의 사람이 사랑을 나눌 때 자기 파트너가 지녔으면 하고 바라는 단단함의 정도이다. 즉 넘쳐흐를 것 같지만 마치 잘 익은 과일이나 갓 치댄 밀가루 반죽처럼 탱탱하고 유연하며 탄력성을 유지하는 부드럽고 풍부한 육체.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런 부드러운 느낌을 '모르비데차'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빵에 쓰일 때조차 음탕하게 들린다. -121쪽
나는 불행하지 않으며, 남들의 동정을 받고 싶지도 않다. 나는 지금 이대로의 나에 만족하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있다는 사실은 물론 커다란 위안이 된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역사상 지금과 같은 순간에, 우리에게 그토록 많은 일이 일어난 지금, 그런 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래, 아마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물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는 살아남았고, 이 추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일부가 되었다. 사랑하는 당신, 나를 잘 봐. 나를 알아보고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하도록 해. -147~8쪽
불가능한 사람을 사랑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법이지. -204~5쪽
"마리아, 넌 야심이 부족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태어났는데 어쩌란 말인가? 나는 사는 것 자체가 좋고, 세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단순하고 소박하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심할 여지 없이 나는 그렇다. 그건 내가 항상 골치 아픈 일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도 어느 정도 열렬한 소망은 가지고 있다. 가령 나는 내 산양이 결코 죽지 않기를 바란다. 산양이 내 손을 핥을 때면, 나는 언젠가 그 산양이 죽을 것이고, 그러면 내 가슴은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는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또한 나는 아무도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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