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잇태리
박찬일 지음 / 난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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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사먹는 음식 중에 불평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이 (적어도 나와 내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탈리아 요리다. 대체 재료값도 얼마 안 들 것 같은 요리가 7~8천원이면 저렴한 축이고 1만 원을 훌쩍 넘는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보석 같은 이태리요릿집이 있으니 바로 홍대에 위치한 ‘라꼼마’다. 『보통날의 파스타』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의 ‘글 쓰는 셰프’ 박찬일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파스타라면 까르보나라만 먹는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는 우리가 까르보나라라고 생각하는 그 까르보나라는 없다. (까르보나라는 원래 크림 파스타가 아니다. 일종의 한국식 파스타로 변형된 셈. 라꼼마에도 까르보나라는 있지만 여기에 크림은 들어가지 않는다.) 까르보나라 대신 신선한 해산물을 이용한 스파게티,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고등어 스파게티를 비롯해서 홍합 링귀네, 명란 스파게티, 굴 오일 스파게티 등을 알차게 맛볼 수 있다. 아차, 라꼼마 찬양을 하려던 것이 아니다. 라꼼마의 셰프 박찬일의 『어쨌든, 이태리』 얘기를 하려던 것이 돌고 돌았다.

 

  띠지에 쓰인 “까칠 셰프 박찬일의 심통맞은 이태리 가이드”라는 내용처럼 이 책을 ‘관광지 가이드’로 보면 정말 좀 많이 심통맞다. 로마, 소렌토, 피렌체, 베네치아 같은 한국인이 자주 찾는 이탈리아 명소에 대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고, 왜 우리나라 커피숍은 커피가 나올 때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인지, 이탈리아에서는 먹지도 않는 이탈리아 드레싱이 왜 우리나라 슈퍼에 버젓이 팔리는지, 왜 이탈리아 식당에만 오면 그렇게들 타바스코 소스를 찾는 것인지 등등 이탈리아의 모습을 통해 한국사회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그 까칠함 속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지고, 어느샌가 목숨을 걸고 타야만 하는 이탈리아의 국적기도, 생각보다 짠 이탈리아 음식도,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도 점점 더 친숙해진다. 

 

  『어쨌든, 이태리』는 ‘관광지 가이드’와 거리가 멀지 몰라도, ‘이태리’에 관해서는 최고의 가이드다. (아, 정말 이탈리아 관광청에서는 상 줘야 한다.) 책에서 밝힌 것처럼 박찬일 셰프는 이탈리아를 관광객이 아닌, “학생이나 노동자로 살”았기에 “관광지에 대해서 알 턱이 없”어서 자연히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가 빠졌을 수도 있겠지만, 독자 입장(그러니까 ‘관광객’이 아닌 ‘독자’)에서는 이탈리아와 관련한 책만 펴면 나오는 그런 빤한 이야기보다는 저자의 전문 분야인 음식에 대한 이야기나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더 신선하고 친근했다.

 

  이태리 하면 ‘소매치기’ ‘로마’ ‘쇼핑’ 등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박찬일 셰프는 츤데레 같이 툴툴거리면서도 은근히 다정하게 이탈리아의 다른 면모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동경했고 조금 알 때는 증오했으며, 제법 많이 알게 된 지금은 이해하게 된” 이의 관점에서 들려주는 이탈리아 이야기. 소매치기가 거머리처럼 들러붙어도, 아슬아슬하게 운전하는 버스를 타도, 기차표 자동발매기가 돈을 먹어도, 화장실이 더럽기 짝이 없어도 그래도 한번쯤은 찾고 싶은 매력적인 이탈리아의 모습. 조금이라도 팔팔할 때 이태리를 먹어 치우러 떠나봐야겠다. 간만에 만난 매력적인 에세이. 여행서로도, 에세이로도 최고다.


덧) 책을 읽고 나니 이탈리아에 젤라또를 배우러 떠나고 싶어진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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