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이란 참으로 오묘해서 다른 어떤 부위보다도 긴장과 모순 같은 것들을 가득 품고 있다. 말없는 고요한 눈동자에도 때로는 냉혹함이 서려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쫓아다닌 살인범들의 얼굴에서 그가 읽어내곤 했던 냉혹함이었다. -14쪽
운명을 믿나? 난 믿어. 다시는 널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널 봤거든. 한순간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더군. 네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 알아. 숫자를 하나 생각하라고 말하면 네가 무슨 숫자를 생각할지도. 못 믿겠다고? 내가 증명해볼까? 1000 미만의 숫자를 하나 생각해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숫자를 머릿속에 그려봐. 이제 내가 너의 비밀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볼까? 작은 봉투를 열어봐. -33~4쪽
"당신은 벌써 이 일에 연루되었어.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지. 당신은 경찰이 아니고 그 사람도 아직 범죄 희생자라고 말할 순 없어. 하지만 맞춰야 할 퍼즐이 있고 당신은 조만간 그 퍼즐을 맞춰낼 거야. 중요한 건 바로 그거잖아. 안 그래?"-63쪽
죄책감을 느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그러한 주장의 절대성이 문제였다. 정확히 말하면 최근 들어서 죄책감을 느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구체적이고 곧바로 떠오르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 말을 15년 정도 뒤로 거슬러 올라가서 적용해보면 그러한 결백의 주장은 철저하게 거짓임이 드러나리라. -116쪽
매들린은 데이브가 한번 잠이 들면 아침까지 눈을 뜨지 않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했다. 그의 방식으로 사는 것이 참으로 힘든 일이란 생각이 든다고. 그는 도무지 맘 편히 쉴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좋은 남자이고 착한 사람이지만 인간으로서의 죄책감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와 불완전함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고. 눈부신 직업적 성공조차도 몇 가지 사소한 실수로 그의 마음속에서 빛을 잃는다고. 항상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고 항상 무자비할 정도로 문제를 파헤친다고. 한 가지가 끝나면 또 한 가지를 파헤친다고. 마치 언덕 위로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그는 인생을 맞추어야 할 퍼즐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그러나 인생의 모든 것이 퍼즐일 수는 없다고. 마침내 매들린은 상담 치료사가 아닌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 포용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거라고. 이 세상은 퍼즐이 아닌 신비로 보여야 한다고. 해독하는 대신 그저 사랑해야 하는 게 있다고. -1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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