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5
아리카와 히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일본 아이돌 가운데 가장 애정하는 그룹이 누구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아라시를 꼽을 것이다. 다섯 멤버 모두 나름 매력적인 음색을 갖췄고, 거침없이 망가지는 예능감을 갖췄으며, 겸업인 배우로서도 빼어난 연기력을 보인다. 그 중 연기에 있어서 아라시뿐만 아니라 동년배의 배우 가운데 가장 빼어난 것은 역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로 베를린 레드카펫까지 밟은 바 있는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아닐까 싶다. 작품을 고르는 안목도 좋아 그가 출연한 드라마, 영화를 보고 실망한 적이 거의 없었던 터라 그가 주연한 <프리터, 집을 사다>도 보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원작과 영상물을 비교해보는 걸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터라 낚여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를 읽은 뒤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고만고만한 대학을 나와 고만고만한 회사에 취직해 고만고만하게 다니다가 석 달만에 회사를 그만둔 주인공 다케 세이지. 회사가 이상하다며 기세 좋게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적당히 돈을 벌며 적당히 재취업 자리를 알아본다. 하지만 세이지는 자신을 받아주는 회사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고, 아버지의 호통과 어머니의 배려가 싫어 방 안에 틀어박혀 적당히 시간을 때우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중증 우울증을 앓게 된다. 결혼한 누나가 달려와 가까스로 상황을 수습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시간을 두고 오래 치료해야 하는 병. 게다가 어머니의 우울증의 원인이 이웃의 따돌림 때문임을 알게 된 세이지는 어머니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내 집 장만을 목표로 삼는다. 하루하루 빈둥거리며 살던 세이지는 어머니를 위해 집을 장만할 수 있을까?

  취업난은 일본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20대 대학생들이 읽어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이지가 취직에 성공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해서 맥이 빠질 수는 있겠지만.)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는 단순히 취업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머니를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의 두 발을 세상에 단단히 내딛은 한 청년의 이야기다. 늘 고압적인, 전형적인 가부장이라 할 수 있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세이지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는 어머니. 어머니에겐 친구처럼 아버지에겐 아내처럼 동생에겐 엄마처럼 대하는 든단한 누나. 세이지네 가족은 그 자체로 그런대로 안정감이 있지만 조그만한 틈 때문에 무너지고 만다. 철 없이 지내던 세이지가 가족 관계를 다시 쌓기 위해 힘들고 괴롭지만 차근차근 시작해가는 모습은 분명 희망차다.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가 세이지의 성공기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프리터, 집을 사다>는 원작과 몇 가지 설정을 바꿔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도 함께 전개해간다. 예를 들면, 원작에서 미나미는 세이지가 채용한 신입사원이지만 드라마에서는 현장 감독으로 나와 아무것도 모르는 세이지를 가르쳐주며 그와 티격태격하며 애정을 키워간다. 그 외에도 아버지에 비밀에 대한 이야기, 누나네 집의 고부간의 갈등 등은 모두 드라마에만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다소 밋밋한 듯한 원작을 드라마에서 좀 더 극적으로 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동안 재미 있기도 했고, 내 삶을 돌아보기도 했지만 정작 책을 놓고서는 동화 같이 익숙한 이야기로 끝난 것 같아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