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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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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첫눈이었다. 아이가 떠올랐다. 예쁘고 좋은 걸 보면 아이부터 생각났다. 세상에 나온 지 백일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나의 촉수는 언제나 아이를 향해 있었다. 적어도 그때의 나는 제대로 된 어미였다.
내가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모두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밥을 잘 먹어야 젖이 잘 돌고, 잠을 잘 자야 아이에게 웃을 수 있었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결국 아이를 위한 것이었다. 굶을 수는 없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왔던 남편을 내보내는 것보다 내가 나서는 것이 당연했다. 남편이 심험에 붙어야 하는 이유도 아이 때문이었다. 이제 세상의 모든 이유는 아이 때문이어야 했다. 내 배로 낳은 아이였으므로, 나처럼 살게 할 수는 없었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15쪽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희망이 있다는 사실이 희망이었다.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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