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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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교육은 고통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종류의 괴로움을 친구인 데르빌 부인에게조차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자존심이 강한 그녀는 남자란 모두 자기 남편이나 발르노 씨, 샤르코 드 모지롱 군수와 같다고 상상했다. 상스러움, 돈이나 지위, 훈장 등의 이해관계가 아닌 모든 것에 대한 노골적인 무감각, 자기들이 반대하는 모든 추론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가 그녀에게는 장화를 신거나 펠트 모자를 쓰는 것처럼 남자에게 자연스러운 일로 보였다. -62쪽

돈 있는 자들이란 다 그렇지 뭐. 모욕을 주고서 그런 다음에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면서 모든 걸 보상할 수 있다고 믿는단 말이야!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66쪽

무엇을 나쁘게 생각하기에는 부인은 너무 행복했다. 고지식하고 순진한 성품을 타고난 이 착한 시골 부인은 새로운 감정이나 불행의 기미에 조금이라도 민감해지려고 마음을 썩인 적이 전혀 없었다. 쥘리앵이 오기 전까지 파리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착한 주부의 운명인 어마어마한 집안 살림에 골몰하던 레날 부인은 사랑의 열정이라는 것을 그저 복권을 생각하듯 분명한 속임수이며 어리석은 자들만 좇는 행복으로 알아왔다. -78쪽

쥘리앵은 커다란 바위 위에 서서 8월의 태양으로 이글거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위 아래 풀밭에서 매미들이 울어젖혔고, 그 소리가 멎을 때면 주위의 모든 것이 고요했다. 그는 발 아래의 넓은 땅을 굽어보았다. 그의 머리 위 큰 바위에서 날아오른 새매 한 마리가 때때로 소리 없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쥘리앵의 시선은 기계적으로 그 맹금의 뒤를 좇았다. 새의 유유하고 힘찬 동작에 탄복했다. 그는 그 힘이 부러웠고 그 고독이 부러웠다.
그것이 나폴레옹의 운명이었다. 언제 그것이 쥘리앵 자신의 운명이 될 것인가?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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