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해야 하는 시대예요. 말하는 본인도 듣는 상대방도 당최 모르겠는 말을 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게 다 듣기 교육이 안 돼서 그래요. 잘 듣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냥 자기 얘기만 하니까 소통이 안 되는 거라고요. 오기만 해봐요. 잘 듣기로는 대한민국에서 일 퍼센트 안에 들게 해 줄 테니까.-11쪽
나는 그동안 독자들에게 마음을 연 작가였던가……. 내 가슴에 깊이 박힌 이야기는 꽁꽁 숨겨 두고, 머리로 쥐어짠 이야기를 내놓으며 말로만 떠들지는 않았을까. 독자들에게 가슴을 열지 않은 작가라니.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걸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새로 만난 아이들에게까지 그런 마음으로 대한다면……. 안 된다. 진심! 듣는 사람의 마음을 열려면 이야기를 하는 사람부터 마음을 열어야 한다. 마음을 닫아 놓고 입으로만 하는 이야기, 그러면 안 된다. -14쪽
"착한 사람만 잔뜩 나오는 동화는 별로예요." 종원이가 영 시원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착한 거하고 순수한 건 다른 거야. 왜? 진짜 나쁜 사람 나오는 동화 들려줄까? 기다려 봐. 그런 이야기도 곧 들려줄 테니까. 착해서 미치겠는 것만 동화인 줄 아니?" 종원이 녀석, 순간 어깨가 움찔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종원이도 동화와 동화작가에 대해 오해를 했던 게 분명하다. 동화에는 착하고 의리 있는 아이가 나와야 하고, 그런 이야기를 쓰는 동화작가는 세상 물정에 상관없이 착하고 순진한 아이 같을 거라는 오해. 심한 사람은 동화작가를 두고 '뽀뽀뽀 친구'의 뽀미 언니를 떠올리기도 한다.-35~7쪽
참 이상하지? 근사하게 생긴 사람도 아닌데, 가진 게 많아서 듬뿍듬뿍 퍼 주는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은 건널목 씨를 좋아했어. 많은 사람들 사이에 건널목 씨 한 사람만 더 와서 사는 건데 아리랑아파트 분위기가 달라졌다니까. 이웃끼리 인사도 더 자연스럽게 했고 더 상냥해졌지. 좋은 사람이란 그런 거야. 가만히 있어도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 내가 이걸 해 주면 저 사람도 그걸 해 주겠지? 하는 계산된 친절이나, 나 이 정도로 잘해 주는 사람이야, 하는 과시용 친절도 아닌 그냥 당연하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건널목 씨야. 그런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참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 -77쪽
아파트라는 곳이 그래. 커다란 네모 속에 작은 네모들로 가득 찬 것만 같잖아. 그 속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사는 것 같고. 그런데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 모두 행복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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