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5
아리카와 히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품절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 평등했다면 적재적소라는 말 따위가 존재할 리 없다. 모두가 평등하게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연수에서 나뉜 맹렬 사원과 요령 좋은 우수 사원. 먼 훗날 어느 쪽이 회사 중역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회사에는 양쪽이 다 필요하다. 그리고 사원들은 자기가 회사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가를 각자의 업무로 주장하면 끝이다. 연기가 능숙한 것도 저돌적으로 직접 부딪치는 것도 능력의 하나다.
여하튼 사람 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억지소리로 회사나 비판하는 풋내기 따위는 회사에서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세이지가 바로 그런 필요 없는 풋내기였다. 도대체 입사한 지 고작 석 달 남짓한 신입사원이 뭘 안다고 회사 운영 방침에 항의할 수 있겠는가. -139~140쪽

젊음, 그리고 자존심이 타협을 하면 끝날 일을 타협 못하게 만든다. 그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발버둥을 쳐보지만, 전보다 나은 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준다면.
일류대학 신규 졸업생은 유유히 몇 군데씩 내정을 받아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고, 그 나머지는 대학 수준 순서대로 또 다시 신규 졸업생들이 획득해간다. 그들이 남긴 마지막 국물이라도 차지하겠다고 다리가 뻐근하도록 헤집고 다닌다. 이력서 몇십 장은 허사가 되고, 좌절해서 또다시 움츠러들어 시간을 낭비한다. 가까스로 회복해서 일어서면 사회는 그 좌절의 시간들을 태만이라 비난하는 것이다.
혹시 그럴 때 세이지가 '신규 졸업생, 절대 사절'이라고 강조하는 문구를 내건 회사를 발견했다면 그곳이 아무리 영세한 기업이었다 해도 뛰어들었을 것이다. 기존 졸업생. 백수 알바. 사회에서 한 번 미끄러지고 학력도 자격도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자기들을 제일 먼저 원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24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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