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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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혁의 소설의 맛은 '장난스러움'에 있다. 표지뿐만 아니라 본문 곳곳에 들어간 그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따라가다보면 역시 김중혁은 '재간둥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느 인터뷰에서 <미스터 모노레일>은 좌석버스 맨 뒷좌석에서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며 쓴, 자신이 즐겁기 위해 쓴 작품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읽는 내내 정말 작가가 즐기며 썼구나 하는 게 느껴져 읽는 나도 무작정 즐기며 읽었다.

  <미스터 모노레일>은 하나의 이야기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안과 밖으로 나눠진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점은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주인공 모노가 만들어 대박친 게임을 매개로 동그랗게 이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에 익숙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모노가 일주일 동안 방에 콕 쳐박혀 실제로 한 번도 가본 적 없은 유럽을 배경으로 만든 보드게임 '헬로, 모노레일'. "제한된 환경 속에서 누가 오랫동안 살아남는가를 겨루는" 이 게임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 공전의 히트를 치며 모노를 돈방석 위에 앉힌다. 그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헬로, 모노레일'의 업그레이드판을 만들기 위해 이번엔 유럽으로 직접 떠난 모노. 하지만 그 사이를 틈타 모노의 동업자인 고우창의 아버지가 5억을 들고 사라진다. 책임감이 강한 고우창은 어떻게든 아버지를 찾고 5억도 되찾으려 한다. 아버지의 흔적을 좇던 고우창은 아버지가 볼교(ball敎)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좇아 볼교의 본부가 있는 벨기에로 떠난다. 마치 '헬로, 모노레일'의 캐릭터 블루(형사), 화이트(소설가), 레드(농부), 블랙(은행강도), 핑크(미용사)를 연상케 하는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유럽에 하나둘 모여 유럽을 배경으로 일생 일대의 모험을 시작한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는 24시간 동안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 자신의 뜻대로만 살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보드게임 위에 놓인 말과 다름없이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사위를 던졌을 때 숫자가 매번 바뀌듯이, 어떤 때는 생각보다 버스가 일찍 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악천후로 연착되기도 하는 인생. 작은 것에 만족하고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꼬일대로 꼬여서 자포자기하고 싶게 만드는 일상도 있다. 이런 인생에 대해 <미스터 모노레일>은 탱탱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뭐 아무렴 어때, 하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힘을 준다. 뭐 이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다 있지 싶다가도 이런 얘기가 없으리라는 법도 없잖아 하고 어느새 볼스 무브먼트, 특별기동검표반, 동네 디자이너 등의 이야기를 믿게 되버린다. 뭐 그렇게 심각하냐고 어깨에 힘 좀 풀고 그냥 즐기는 것도 좋지 않냐고 나를 무장해제시킨 김중혁. "어떤 숫자가 나오든 상관없다.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라는 표지문구처럼 '어떤 이야기가 나오든 상관없다. 삼천포로 빠져도 상관없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숨바꼭질하듯, 술래잡기하듯 책 속의 주인공들과 한바탕 잘 뛰어놀았다.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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