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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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다. -11쪽

중세란, 좋게 말하면 군웅할거, 적나라하게 말하면 힘이 좌우하는 무질서한 세계였다. 지상에서 신의 대리인으로 여겨지는 로마 교황에게도 평온한 일상이 보장되지 않았던 것이다. -16쪽

"이것은 내가 명하는 것이 아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는 것이다. 그 땅으로 가서 이교도와 싸워라. 설사 그곳에서 목숨을 잃는다 해도 너희의 죄를 완전히 용서받게 될 것이다. 신께 부여받은 권한으로, 나는 여기서 그것을 분명히 약속한다."
어제까지 도적이었던 자가 그리스도 전사가 되고, 형제나 친지와 다투던 자가 이교도와의 정당한 싸움터에서 그 분노와 원한을 풀 날이 온 것이다. 지금까지는 푼돈을 받고 하찮은 일을 하며 세월을 보내던 자도, 이제부터는 신이 바라시는 사업에 참가하여 영원한 보수를 받게 된 것이다.-24쪽

군대란 지휘계통이 통일되어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다. 통일되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각자가 가진 힘이 유기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에너지가 낭비되므로, 설사 목적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므로 전쟁을 일으키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계통의 일원화라 할 수 있는데, 교황 우르바누스 2세도 그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40쪽

그것은 제1차 십자군 당시 이슬람 세계에서는, 십자군이 종교를 기치로 내건 군대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처음 한동안은 늘 그렇듯이 비잔틴제국의 황제가 고용한 용병부대라고만 생각했다. 소아시아에서 십자군과 싸운 이슬람교도인세주크투르크의 영주들도, 이들이 비잔틴제국의 황제가 옛 영토를 되찾기 위해 고용한 용병이라고 믿었으므로 현재는 자신들의 영지인 소아시아를 방어할 생각으로 공격에 나선 것이었다. 이 투르크인들이 용감하게 싸운 것도 상대가 그리스도교도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지를 빼앗으러온 침략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108~9쪽

동방이든 서방이든 당시 사람들의 바람은 몸의 안전을 보장하고 세금을 적게 걷는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만 보장해준다면 지배자가 누가 되든 상관없었다. 십자군을 단순한 침략자 집단으로 보고 있었으므로, 자신들의 지배자가 가톨릭교도라 해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113쪽

주위가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대도시를 공략하기는 무척 어렵다. 집 안에서 버티는 상대를 계속 집 밖에서 공격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병력과 군량이 충분하다 해도 무더위와 혹한, 비와 눈과 바람을 고스란히 감수하면서 공격해야 한다. 더군다나 배후에서 적의 원군이 나타나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는 역병도 발생하기 쉽다. 적과의 전투에서 죽는 자보다 먹는 것이 부족하거나 위생상태가 나빠 죽는 자가 더 많은 것이 공격하는 측의 고민 중 하나였다. 더구나 공격하는 내내 병사들을 통합하고 그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바로 그 때문에 역사상 명장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하나같이 공성전을 싫어했다. 그들은 어떤 책략을 이용해서든 성벽 안에 웅크린 적을 성벽 밖으로 끌어내어 대규모 전투를 벌여 승부를 가르기를 원했다.-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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