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라트비아인 매그레 시리즈 1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품절


하지만, 감히 예감이라고까지 부르긴 어려우나, 뭔가 어렴풋한 느낌이 그를 꿋꿋이 버텨 내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건 그만의 <이론> 때문이라고 해도 좋았다. 일부러 다듬어 발전시킨 것도 아니고, 아직은 머릿속에 막연한 상태로 떠도는 생각이지만, 매그레 자신이 남몰래 <균열 이론>이라 이름 붙인 일종의 원리 말이다.
이는 한마디로 모든 범죄자, 모든 악당의 내부에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이론이다. 사실 그들은 대개 게임 상대, 즉 적의 모습을 취하기 마련이며, 경찰의 눈에 띄는 건 결국 그런 모습이거니와 보통은 그런 모습들과 대결하는 식으로 모든 작전이 진행되기 일쑤다.
가령 어디선가 위법 행위나 범죄가 저질러졌다고 치자. 대개 이렇게든 저렇게든 객관적으로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대결이 벌어진다. 그중 몇 가지 밝혀지지 않은 점들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은 머리를 쥐어 짜는 것이다. -64~5쪽

다만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종의 <균열>을 찾아 기다리고 또 기다려 왔다는 게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다. 다시 말해, 게임 상대한테 생기는 어떤 <틈> 사이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 말이다! -66쪽

아침에 마제스틱 호텔의 어느 여자 투숙객이 뇌까린 말…… <저 꼬락서니 좀 보라구!>
세상에! …… <저 꼬락서니>라니! 계속 수작을 부릴 위험성이 다분한 악당들을 처단하기 위해, 그것도 바로 같은 호텔에서 살해당한 동료의 복수를 위해 노심초사 동분서주하는 형사한테 그게 할 말인가!
<저 꼬락서니>라니! 영국 재단사의 솜씨로 멋지게 빚어낸 옷 한 벌 갖춰 입지 못하고, 매일 아침 손톱이나 다듬을 여유 따윈 꿈에도 기대할 수 없는 빡빡한 일정에, 사흘 전부터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주인공 없는 식탁만 꼬박 지키고 있을 마누라를 둔 사내에게 그게 어디 할 소리인가!
<저 꼬락서니>라니! 한 달 2천2백 프랑의 봉급을 받아가면서 매번 사건이 종료되고 범인이 쇠고랑을 차고 나면, 이제 책상에 붙어 앉아 영수증을 포함한 각종 증빙 문서들을 첨부해 가며 그간 들인 비용을 꼼꼼히 서류로 정리해, 그때부터는 경리와 또다시 씨름을 벌여야 하는 베테랑 수사 반장에게 어찌 그런 망발을 내뱉는단 말인가! -164~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