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구판절판


곰스크, 그 멀고도 멋진 도시……. 언젠가 곰스크로 떠나리라는 것은, 내 성장기에 더 말할 것도 없이 자명한 사실이었다. 곰스크는 내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었다. 그곳에 가서야 비로소 내 삶은 새로 시작될 터였다. 그러나 당시에 곰스크에 걸었던 희망을 나는 거의 잊어버렸다. 곰스크로 가려 했던 이유조차도 이미 오래전에 희미해져 더이상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곰스크를 향한 열망이 식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는 그 도시에 도착한다는 명백한 확신이 시들해진 것뿐이다.
하지만 내 자신과 내가 소유한 것들에 끊임없는 불안을 던져주는 탈출의 욕망을 뿌리뽑고 가족의 품에 머무는 고요하고 만족스러운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할 때도 있다. 마치 곰스크란 말에서 평범한 지명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다른 이웃들처럼 말이다.
-10~11쪽

나는 오늘도 내 안의 이런 생각들과 싸운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싸움을 할 권리가 없는지도 모른다. 자기가 선택한 바로 그 궤도를 달리는 게 인생이라는 주장은 어쩌면 인간에겐 허용되지 않는 교만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11쪽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 거죠? -57쪽

"그건 나쁜 삶이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의미없는 삶이 아니에요. 당신은 아직 그걸 몰라요. 당신은 이것이 당신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맞서 들고 일어나죠. 나도 오랫동안 그렇게 반항했어요. 하지만 이제 알지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만족하게 되었어요."-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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