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스크, 그 멀고도 멋진 도시……. 언젠가 곰스크로 떠나리라는 것은, 내 성장기에 더 말할 것도 없이 자명한 사실이었다. 곰스크는 내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었다. 그곳에 가서야 비로소 내 삶은 새로 시작될 터였다. 그러나 당시에 곰스크에 걸었던 희망을 나는 거의 잊어버렸다. 곰스크로 가려 했던 이유조차도 이미 오래전에 희미해져 더이상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곰스크를 향한 열망이 식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는 그 도시에 도착한다는 명백한 확신이 시들해진 것뿐이다.
하지만 내 자신과 내가 소유한 것들에 끊임없는 불안을 던져주는 탈출의 욕망을 뿌리뽑고 가족의 품에 머무는 고요하고 만족스러운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할 때도 있다. 마치 곰스크란 말에서 평범한 지명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다른 이웃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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