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인게임 2.0 밀실살인게임 2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2월
구판절판


밀실을 만드는 것도 그렇습니다. 바늘이나 실, 얼음을 사용하면 이제 와서 무슨 짓이냐며 미스터리 팬들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겠죠. 하지만 실제로 밀실에서 타살 시체가 발견된 경우에 범인이 과연 어떻게 밀실을 만들었는가 하면,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열쇠를 빼앗아 문을 잠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얼마나 시시합니까. 수수께끼도 아니거니와 트릭도 아니죠. 너무 썰렁해서 웃음도 안 나옵니다. 또한 실제로 밀실을 만든다고 하면 그 이유는 대부분 시체 발견을 늦추기 위해서, 혹은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서죠. 이 얼마나 좀스럽습니까. 마치 공금을 유용하고서 벌벌 떠는 공무원 같지 않습니까? 리얼이라고 불리는 세상은 왜 이리도 재미가 없는지 원. '밀실'이라는 단어의 신비성을 모독하고 있어요.-122쪽

시체 발견을 늦추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자살 위장도 아니죠. 밀실을 만들고 싶으니까 만드는 겁니다. 밀실을 만드는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죠. 필연성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 캔버스와 마주한 고흐가 실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까? 그려도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붓을 계속 쥐고 있던 데 필연성이 있습니까? 있다고 하면, 작가의 마음이 그리 하기를 원했다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밀실살인은 혼의 발로, 즉 예술입니다.
밀실살인 게임은 현실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탄생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발생할 법한 사건을 창작해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이번처럼 기분전환을 위한 문제라고 해도 말이에요. 삽차로 쿵쾅? 웃기지 마세요! 우아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지 않습니까. 우리의 사명은 낭만의 복권입니다.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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