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치명적 농담 -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별기別記
한형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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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능이 『육조단경』과 『금강경 구결』에서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입으로만 경전을 외지 말고 마음으로 믿고, 몸으로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자성自性을 직접 보고, 그 금강金剛의 반야般若로 생사의 바다를 건너 저 너머 영원한 평화와 안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때가 바로 경전을 '이해'하는 때이고, 불교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후퇴 없이 가지는 때이다. 그때 불교는 구구절절 살아 있는 말씀으로 가슴을 울린다. 아니, 우리 자신이 곧 말씀이 된다. 이와 더불어 불교의 지식은 단순하고 간명하게 정돈되어간다. 복잡성이 줄어들고, 산만한 것이 중심을 얻어 정돈되며, 거기서 깊이가 자라난다. -18쪽

아마추어가 외람되이 나선 것은 전문가의 불교가 너무 어려워서입니다. 지금 불교가 설정한 목표는 너무 높고 험준해서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듭니다. 그런데다 전문가들의 말은 무슨 소린지 알아듣기가 버겁습니다. 이렇게 난해와 모호에 지친 사람들을 향해 이번에는 너무 격이 낮고 곁가지인 지루한 이야기들이 번지고 있습니다.
요컨대 한편에서는 한문 경전의 용어와 어투를 그대로 외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화두선을 중심에 세워 일상의 대화와 상식의 접근을 근본 차단하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한국불교의 가장 큰 문제가 이 소통의 부재입니다. 스님들과 제가 신도들 사이에도 그렇고, 불교학자와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23쪽

제가 불교를 말할 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러분, 팔만 사천의 법문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십시오. 불교의 비밀은 여러분이 늘 말하는 그 익숙한 불교 용어와, 늘 독송하는 사구게 속에 있습니다. 그 뻔한 구절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눈에 밟힐 듯 선명하게 다가올 때, 그때 여러분은 불교와 만나고 있는 것입니다."-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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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3-2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관심가던 책이었어요.
7월에 한국 나가면 서점에서 보고 나서 구매를 해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0^

이매지 2011-03-26 22:41   좋아요 0 | URL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에세이처럼 어렵지 않게 읽히더라구요^^
7월에 한국에 오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