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메이커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5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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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셜록 홈스 이야기를 읽으며 추리소설에 입문했을 꼬꼬마 때, 이름을 날리던 몇몇 작가들이 있었다. 시드니 셀던, 로빈 쿡, 존 그리샴 등. 이들은 90년대 중반 꽤 많은 인기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초등학생인 내게 아직까지 그런 작품은 읽기 다소 무리인 점도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본격적으로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한 뒤에도 이들은 나의 초점에서 약간 비껴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트위터에서 알게된 분께 존 그리샴의 일련의 작품을 추천 받아 드디어 <레인메이커>로 존 그리샴을 처음 만났다. 어릴 적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레인메이커>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이 났지만, 그저 존 그리샴이라는 이름만 믿고 800페이지에 가까운 이 책을 겁도 없이 읽기 시작했다.

  법대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루디 베일러. 어려운 과목은 모두 애저녁에 수강한 그는 널널하게 졸업학점만 채우며 변호사 시험을 준비중이다. 하지만 졸업 후 가기로 한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되며 졸지에 백수가 되어버린 그. 학자금에 생활비를 버느라 여기저기서 빚을 낸 터라 무엇보다 직장이, 그리고 돈이 필요한 터. 하지만 일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한편, 마지막 학기의 널널한 수업 중 하나인 노인관련법 관련 수업의 봉사활동에서 그는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 건을 맡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루디는 변호사 자격을 획득하고 소송 건 또한 재판에 회부된다. 몇백 명이나 되는 직원을 거느린 대형 로펌과 보험사. 그들을 상대로 한 루디 베일러의 투쟁이 생생히 그려진다.

  기본적인 사건은 백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 골수 이식에 사용할 보험비를 거부한 데 대한 소송이지만, 곁가지로 몇 가지 사건이 등장해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소송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작은 일 하나도 소송을 거는 미국 사회의 모습 뒤에는 끊임없이 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달려드는 변호사가 있다. 당장 먹고 살 돈이 필요한 루디 또한 교통사고 같은 사건에서부터 가정 내 학대나 유언장 작성 등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오는 일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를 계속한다. 썩은 고기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처럼 끊임없이 의뢰인을 찾아다니고, 그들에게 소송을 할 것을 권해 수수료를 챙기는 삶. 그런 생활이 과연 진정한 변호사의 삶인가라는 데서 나 또한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루디는 다행히도 파트너 덱 덕분에 돈은 덜 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는 건을 진행한다. 하지만 만약 그의 곁에 덱이 없었더라면, 만약 그가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건이 없었더라면, 과연 그의 변호사로서의 생활이 그렇게 고고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 점도 부인할 수 없었다.  

  사실 약자가 강자와 맞서 싸워 승리를 쟁취한다, 라는 스토리는 진부할 수도 있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이런 설정은 숱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늘 정의가 승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까. 약자가 강자를, 선이 악을 이기는 모습은 일련의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이지만, 숱하게 흔들어 마침내 조금씩 금이 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난공불락의 상대가 아니었음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아직 학생 티를 벗지 못한 루디가 조금씩 변호사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뿌듯하기까지 했다. 자기보다 더 빵빵한 조건을 가진 남자에게 떠난 여자친구에 대한 분노가 어느새 새로 찾아온 사랑으로 채워지고, 돈 한 푼 없어서 파산 신청까지 한 그가 마치 '레인메이커'처럼 엄청난 운을 몰고 오는 모습 등을 읽으며 독자는 어느새 '치열한 젊음'을 보내는 루디를 응원하게 되고, 그의 승리에 진심으로 기뻐하게 된다. 물론 루디의 이런 승리는 상당한 행운에 기인한 것이다. 이 점에서 소설 자체가 작위적이라는 비평을 피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존 그리샴은 자신의 변호사 경험을 살려 생생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8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을 단 한 페이지도 지루하지 않게 풀어갔다는 것은 분명 그가 대중 작가로서의 재능이 충분함을 증명한 것이리라. 숱한 작품이 영화화되었다는 점이 증명해주듯 존 그리샴은 법정물에 있어서만큼은 대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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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3-2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레인메이커에 멧 데이먼이 나온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내용이 생각 안 나요. 이매지님 리뷰를 읽고서도 생각이 안 나요..ㅜ.ㅜ

이매지 2011-03-21 00:03   좋아요 0 | URL
저도 꽤 어릴 때(?) 본 영화라 책 보기 전에는 맷 데이먼이 병원에 의뢰인 구하려고 돌아다니는 장면 정도밖에 기억이 안 났어요. 영화도 다시 한 번 보려구요. ㅎㅎ 찾아보니까 꽤 쟁쟁한 캐스팅이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