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 - 팬더곰의 밥상견문록
장인용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10년 9월
품절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지 모를 때가 있다. 일을 하다가도 때만 되면 '먹자고 하는 일인데' 하며 밥 먹자고 보챈다. 날마다 삼시 세 끼를 먹어야 하는 밥이지만 밥의 의미는 각별하다. "밥 먹었니?"가 인사가 되고, 사람을 만나자는 이야기도 흔히 "밥이나 같이 먹자"라는 말로 대신한다.
밥상머리에서 마주하는 가족은 밥을 함께 먹는 '식구食口'가 되고, 이 외연은 더욱 넓어져 한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는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된다. 한솥밥을 강화하는 의미는 회식으로 이어지며, 함께 밥 먹고 술 마시는 사이로 진전된다. 학창 시절과 사회생활의 사귐도 모두 밥을 매개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며, 애인을 사귀는 것도 그러하다. 혼자 먹는 밥이란 쓸쓸하기 짝이 없고, 다만 배고픔을 면하고자 억지로 삼킬 뿐이다. -7쪽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식생활이 바뀐 것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수렵, 채취에서 시작하여 농경사회로 정착했으며 외국, 특히 중국을 통해 많은 종자를 들여왔다. 고대에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었을 음식들이 차츰 '우리 것'으로 특징을 명확히 하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재료가 많이 들어온 근대의 큰 변화를 겪고도 뚜렷한 특색이 있는 음식 문화를 유지했다. 현대에 이르면 그 변화는 거의 혁명적이기까지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식생활은 여전히 한식이라는 커다란 테두리를 유지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린 시절 길들인 입맛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릴 적 입맛이란 다름 아닌 어머니의 손맛이다. 그 어머니의 손맛은 다시 할머니로부터 이어온 입맛이다. 물론 자라나 외지에 나가 살기도 하면서 입맛이 변하기는 하지만 그 어릴 적의 입맛은 늙어 노인이 될 때까지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맛에 가까이 가고 싶은 욕망이 그치지 않는다. 가족이란 핏줄과 함께 입맛을 나눈 사이이고, 그래서 명절이면 함께 모여 음식을 마련하고 정뿐만이 아니라 입맛도 나눈다.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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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03-20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이야기가 나오니까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네요 ㅋㅋㅋ
컵 라면 먹어야겠어요.ㅋㅋㅋ
잘 지내시죠?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

이매지 2011-03-20 20:10   좋아요 0 | URL
배고픈데 컵라면이라뇨! ㅎㅎ
맛난 음식 잘 챙겨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