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1 : 공포의 계곡 (양장) 시간과공간사 셜록 홈즈 전집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많은 추리소설을 읽어왔지만, 내게 셜록 홈즈는 첫사랑이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셜록 홈즈를 접하고 그에게 빠졌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 셜록 홈즈에 바쳐진 많은 작품을 읽어왔지만, 정작 원작을 제대로 읽은 건 근 10년 전의 일이다. BBC 드라마 <셜록>을 보고는 다시금 셜록 홈즈의 매력에 이끌려 사놓고 손도 못 댔던 <주석 달린 셜록 홈즈>를 읽으려다 불현듯 황금가지판이 아닌, 시간과공간사판 셜록 홈즈를 만나고 싶다는 충동에 이끌려 그만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절대적인 추천을 받는 시간과공간사판 셜록홈즈를 질렀다. 다시 만난 셜록 홈즈. 처음 만났을 때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포의 계곡>을 읽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크게 2부로 나뉜다. 셜록 홈즈는 모리아티 교수 주변에 심어놓은 자신의 정보원으로부터 몇 개의 숫자와 더글라스, 벌스톤이라고 적힌 암호 형식의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이 암호를 갓 풀었을 때 맥 경감이 찾아와 벌스톤 저택의 더글라스가 끔찍하게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에 모리아티 교수에 대한 단서와 사건에 대한 흥미 때문에 홈즈는 벌스톤을 찾는다. 얼굴에 총알을 맞아 머리가 박살난 시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다리는 올려져 있는 상태였고, 총소리 때문에 금방 목격자가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찾은 터라 범인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사라진 것은 결혼 반지와 아령 하나 뿐. 홈즈는 이 미묘한 사건을 마주해 흩어진 단서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한다.

  1부가 벌스톤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진상이라면 2부는 과거로 돌아가 그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계기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공포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한 탄광촌의 '프리맨'이라는 단체가 행한 무자비한 사건들이 주가 된다. 신사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힘과 공포가 지배하는 곳에서 이 도시에 처음 온 맥머도는 차츰 신뢰를 얻어 다음 보디마스터로 거론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진다. 그렇게 끝없는 불법의 향연 속에서 벌스톤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큰 사건 하나가 일어난다.

  셜록 홈즈의 많지 않은 장편 중 한 권인 <공포의 계곡>는 셜록 홈즈의 맞수인 모리아티 교수와 가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 사건에 모리아티 교수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사건의 배후에서 모든 일을 조종하는 그가 얼마나 냉철하고 교묘한 사람인지 <공포의 계곡>은 그 일면을 보여준다. 아쉽게도 <공포의 계곡>은 셜록 홈즈의 매력이 무한 발사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다소 색다른 셜록 홈즈의 이야기에 가깝다. 물론 그의 뛰어난 관찰력, 추리력은 돋보이지만 그것은 벌스톤 사건, 공포의 계곡 사건의 해결을 알리는 것일뿐 오로지 셜록 홈즈만을 위한 이야기는 아니다. 되려 여기서는 보조적인 정도로만 끝나 셜록 홈즈를 오래 만나고 싶어 하는 이들을 감질나게 할 정도다. 하지만 셜록 홈즈의 매력은 다소 덜해도 고전 추리소설에서 이렇게 하드보일드적인 이야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