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28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05년 4월
절판


산길을 올라가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밀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살기 어려운 것이 심해지면, 살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어디로 이사를 해도 살기가 쉽지 않다고 깨달았을 때, 시가 생겨나고 그림이 태어난다.
인간 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다. 역시 보통 사람이고 이웃끼리 오고 가는 단지 그런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만든 인간 세상이 살기 어렵다고 해도 옮겨 갈 나라는 없다. 있다고 한다면 사람답지 못한 나라로 갈 수밖에 없다. 사람답지 못한 나라는 인간 세상보다 더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7쪽

서른이 된 지금에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기쁨이 깊을 때 우수 또한 깊고, 즐거움이 클수록 괴로움도 크다. 이것을 따로 분리하고자 하면 처신을 할 수 없다. 정리하려고 하면 세상살이가 되지 않는다. 돈은 소중하다. 소중한 것이 많으면 잠자는 동안에도 걱정이 될 것이다. 사랑은 기쁘다. 기쁜 사랑이 쌓이면, 사랑하지 않던 옛날이 오히려 그리워질 것이다. 각료의 어깨는 수백만 명의 다리를 지탱하고 있다. 등에는 무거운 천하가 업혀 있다. 맛있는 음식도 먹지 않으면 아쉽다. 조금 먹으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마음껏 먹으면 나중에 불쾌해진다…….-9쪽

두려운 것도 그저 두려운 그대로의 모습이라면 시가 된다. 무시무시한 일도 자기를 떠나서 홀로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하면 그림이 된다. 실연이 예술의 제목이 되는 것도 순전히 그런 것 때문이다. 실연의 괴로움을 잊고, 그 다정한 면과 동정이 깃든 면, 우수가 어리는 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말한다면 실연의 괴로움 그 자체가 넘치는 면을, 단순히 객관적으로 눈앞에 떠올리기 때문에 문학과 미술의 재료가 된다. 이 세상에는 있지도 않은 실연을 제조하고, 스스로 억지로 번민하고, 쾌락을 탐내는 자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평가하기를 어리석다고 한다. 미친 짓이라고 한다. 그러나 스스로 불행의 윤곽을 그리고, 기꺼이 그 속에 살아 있다는 것은, 스스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산수의 풍경을 그려 넣고 자신만의 별세계에 환히한다는 것과, 그 예술적인 입지를 얻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세상의 많은 예술가는 (보통 인간으로서는 또 모르지만) 보통 사람보다 어리석다. 미치광이다. -4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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