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 리버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임헌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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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검은 선>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역시 스릴러는 영미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이었을 뿐. <검은 선>을 읽은 뒤 나는 그랑제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국내에 출간된 그의 작품이 많지 않아 아껴 읽어야지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몇 년 만에(리뷰를 찾아보니 <검은 선>을 읽은 게 2008년이었다. 쿨럭) 그랑제를 다시 만나게 됐다. <돌의 집회>를 먼저 읽을까 하다가 일단 가벼운 분량의 <크림슨 리버>부터. 초반부터 강렬한 사건으로 다시 만난 그랑제. 그렇게 다시 한 번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베테랑 형사로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니에망. 훌리건 진압중 사고로 영국인을 반쯤 죽여놓은 뒤 잠시 도피차 작은 마을의 살인사건에 투입된다. 잠시 피신하는 셈으로 떠난 그곳에서 니에망은 마치 태아와 같은 자세로 안구를 적출한 시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첫번째 사건의 단서를 좇아간 해발 3천 미터의 얼음구덩이 속에서 손목이 잘린 두번째 시체를 발견한다. 니에망은 두 사건의 작은 단서를 따라 알 수 없는 사건 속으로 발을 내디딘다. 한편, 상부의 명령에 좌천되어 범죄라고 찾기 힘든 한적한 시골 마을로 발령을 받아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형사 카림은 초등학교 무단침입 사건과 무덤 침입 사건을 잇달아 접하며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눈치챈다. 초등학교 사건과 무덤 사건 모두 베일에 감춰진 쥐드라는 아이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전혀 동떨어져 보이는 두 사건이 만나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게 된다. 

  책 속에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우린 거울 궁전 안에 있는 걸세, 주아노. 반사물들이 미로 속에 들어와 있단 말이야! 그러니 잘 보게. 모든 걸 주시하게. 그 거울들 중 어딘가, 보이지 않는 사각(死角) 속에 살인자가 숨어 있을 테니까"라고 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모든 요소를 점검해나갔을 때 만나는 사건의 진상. 그것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간, 바로 그 사각 안에 존재한다. 유전학, 지질학, 범죄학, 법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정보가 등장하지만 사실 그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건 자체의 잔혹함과 그에 얽힌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다. 독특한 두 주인공은 기본이고, 여기에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사건, 그리고 광기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사건의 진상은 보는 내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다 싶을 정도로 캐릭터도, 사건 자체도 매력적이었다. (<크림슨 리버>는 이미 영화화된 적이 있지만, 반응은 썩 좋지 않았던 듯.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결말 부분이 내가 바랐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 허무하게 끝나버린 느낌도 있었지만, 그랑제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작품이었다. 아직까지는 <검은 선>에 더 마음이 가지만, 만약 <검은 선>보다 <크림슨 리버>를 먼저 읽었더라도 그랑제의 매력에 빠졌을 듯. 이번엔 정말 가까운 시일에 <돌의 집회>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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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5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14: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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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5 14: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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