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수사 2 : 수사의 재구성 - 果斷 미도리의 책장 15
곤노 빈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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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은폐수사> 첫 권을 읽고 내친 김에 바로 시리즈의 두번째인 <수사의 재구성>을 읽기 시작했다. 곤노 빈의 책이 달랑 두 권밖에 소개되지 않아 언제 그를 다시 만나게 될 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선뜻 2권을 골라든 것은 그만큼 이 시리즈가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개는 출세지향적이고, 앞뒤가 꽉 막힌 캐릭터로 등장하는 경찰 캐리어 간부에 매력을 느낀 것은 <춤추는 대수사선>의 무로이 이후로 거의 처음이랄까. 어쨌거나 독특한 캐릭터임에는 이견이 없을 류자키의 두번째 이야기.

  전편 <은폐수사>에서 관할서 서장으로 좌천된 류자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던 그가 이제 필드로 나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서장의 주된 임무는 산더미 같이 쌓인 서류에 도장을 찍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그러던 중 관할 지역에 은행강도 사건이 벌어진다. 은행강도 사건은 무사히 해결하는 건가 싶은 것도 잠시, 도주하던 범인 중 한 명이 관내의 한 식당에서 인질극이 벌인다. 총기를 가진 범인이기에 경찰청에서 수사대를 급파하고, 수사본부가 설치된다. 범인과 대치 중 기동타격대까지 출동해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효율성'을 우선으로 생각한 현장 책임자 류자키의 판단하에 결국 기동타격대가 진입해 범인을 사살하면서 사건은 종결된다. 인질은 무사히 구출했지만 범인을 사살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드러나면서 뭇매를 맞고, 또 한번 류자키는 위기에 처한다.

  신념, 소신, 원칙, 효율. 이런 단어들은 류자키라는 캐릭터를 대표한다. 전편이 류자키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권에서는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사건보다는 사람의 중심이 놓여 있지만, 전편에 비해 사건에도 꽤 신경을 쓴 느낌이 들었다. 우리 같은 일반 대중은 늘 언론에 휘둘리게 마련이다. 민주주의, 언론의 자유를 외치며 우리에게 사건사고를 전달해주는 언론. 과연 그 언론에는 얼마만큼의 진실이 담겨 있는 것일까?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매스컴. 앞선 작품에서는 소년법이나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경찰의 잘못을 물어 뜯기 바쁜 언론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고, 알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사생활을 국민의 알 권리라는 미명하에 쏟아내는 매스컴. 이런 매스컴이 정말 우리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일까? 결국은 광고주의 입김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매스컴에 대해 곤노 빈은 인질극의 형태로 보여준다. 

  단순히 경찰 내부의 알력 다툼에 대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위장염으로 쓰러진 류자키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흥미를 더했다. 평소 가정은 100퍼센트 아내에게 맡겨왔던 그가 아내의 부재를 경험하면서 가정에서의 자신의 무력감과 아내의 소중함을 느끼는 모습이 어쩐지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그의 인간미를 느끼게 해줬다. 해설에 의하면 3편에는 사랑에 빠진 류자키(!!)에 대해 그리고 있다고 하는데, 아내와의 로맨스도 크게 없었던 그에게 대체 어떤 식의 로맨스가 그려질런지 궁금해진다. 이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3권도 3.5권도 어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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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0-12-19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성이 짙게 깔려있네요....행복한 저녁시간 보내십시오

이매지 2010-12-19 19:20   좋아요 0 | URL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본과 우리의 문화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여강여호님도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