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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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지런한 거에 알레르기가 있나봐. 오스카의 말에 롤라는 코웃음을 쳤다. 하, 넌 부지런함이 아니라 시도하는 데 알레르기가 있는 거야. -39쪽

모든 걸 바꿔놓는 변화가 우리가 원하는 변화인 경우는 없다. -69쪽

'바니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인'의 '딸' 노릇을 더이상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도저히 그렇게 살 수가 없었다. 현재의 삶이, 모든 것이 진저리가 났다. 그녀는 마음 깊이 다른 뭔가를 원했다. 이런 불만족이 언제 가슴속에 들어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나중에 딸에게 말하기를 평생 그런 불만족을 안고 살아왔노라 했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누가 알 수 있으랴. 그녀가 정확히 무엇을 원했는지도 분명치 않았다. 자신만의 근사한 삶, 잘생기고 부유한 남편, 예쁜 아이들…… 모두 맞았다. 여자다운 몸매, 물론이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그건 무엇보다도 그녀가 '잃어버린 시절' 내내 갈망했던 바로 그거였다. 도망치는 것. 무엇으로부터? 그건 쉽다. -102쪽

저기 저 사람들 보여? 그는 바에 앉은 이들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은 모두 가정이 있어.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지. 저들에게 의지하고, 저들이 의지하는 가족이 있는데, 그게 어떤 사람한테는 좋은 일이지만 어떤 사람한테는 나쁜 일이야. 하지만 결과는 다 마찬가지지. 저들 가운데 자유로운 사람은 하나도 없거든. 저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자기가 되고 싶은 것도 될 수 없어. 나에겐 세상에 아무도 없지만, 적어도 난 자유야. -161~2쪽

『흑기사 귀환하다』에서 슈퍼히어로가 온 정글을 뒤져 핵미사일을 막아낼 광자에너지를 끌어냈듯이, 우리의 벨리도 분노로부터 살아남을 결심을 이끌어냈다. 달리 말하면 용기가 그녀를 살렸다.
내면의 환한 빛처럼. 태양처럼.
그녀는 사나운 달빛 아래서 정신을 차렸다. 부서진 소녀가 부러진 사탕수수 줄기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살아 있었다. 살아 있었다. -17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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