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3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규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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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만화로 잠깐 본 적은 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해 그저 삼총사와 다르타냥의 이야기, 못된 추기경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정도만 생각나던 차에 긴 연휴를 맞이해 <삼총사>를 읽기 시작했다. 오랫만에 만난 삼총사와 다르타냥. 이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읽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뒤마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완역된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다르타냥과 아라미스, 아토스, 포르토스 같은 삼총사에 이끌리기보다는 마성의 여자 밀레디의 매력에 푹 빠졌다. 물론 시골에서 갓 상경한 야심찬 남자 다르타냥, 늘 마음 한 켠으로는 언젠가 성직자의 길을 꿈꾸는 아라미스, 타고난 귀족다움을 보여주는 아토스, 어쩐지 허세부리기를 좋아하지만 허당인 포르토스. 이 네 사람의 매력도 무시 못할 정도였지만, 추기경의 뒤에서 그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온갖 술수를 서슴지 않는 밀레디야말로 다르타냥 일당의 진정한 적수가 아니었나 싶었다. 과거는 꽁꽁 베일에 감춰둔 채 자신의 빼어난 미모와 목소리, 그리고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까지! 이야기의 마지막에 밀레디의 역할이 두드러져서였는지 몰라도 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다르타냥과 삼총사보다는 밀레디가 강렬하게 남았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삼총사>에 품었던 이미지는 그저 '다르타냥의 모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익살스럽고, 어떻게 보면 유머러스한 네 명의 총사. 그들과 함께 하는 신나는 모험담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네 명의 총사는 검술 실력은 빼어나다 해도, 놀기 좋아하고 여자를 등처먹기 바쁜, 돈이 생기면 모아두기보다는 먹고 마시고 내기를 해 날려버리는 약간은 망나니과의 인물들이었다. 물론,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 때문에 마음 졸이는 인간다운(?) 모습도 보이지만 적어도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이미지와는 다른 '나쁜 남자' 스타일의 인물들이었다. 이들을 보좌하는 네 명의 하인들 또한 그들의 주인처럼 개성이 넘쳐 감초 같은 조연의 몫을 톡톡히 해줬다.

  단순히 모험담이라고 치부하기엔 정치적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자칭 '공정왕'이라 하는 루이 13세.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부인 안느. 그녀를 사랑하는 영국인 버킹엄 공작. 이들의 삼각관계를 둘러싼 프랑스와 영국의 대립, 그리고 그 뒤에서 벌어지는 온갖 정치적인 술수는 읽는 내내 혹여 들키면 어쩌나 조마조마하게 했다(특히나 다이아몬드 장식끈을 둘러싼 모험에서는 부르르 떠는 리슐리외를 보며 통쾌하기까지 했다). 역사상의 실제 사건과 허구의 내용을 버무린 역사 소설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역사적 배경지식(예를 들면 루이 13세와 리슐리외 추기경의 관계 같은 것)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 오히려 책을 읽고 나서 그 당시의 사정에 대해 궁금함이 생겨서 좋았다.  

  어린 시절 만화로 봤던 것처럼 마냥 순수한 모험담은 아니었지만, 모든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청소년들에게 딱딱한 고전을 억지로 읽히는 것보다 오히려 <삼총사> 같은 매력 넘치는 작품으로 고전의 벽을 낮추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권으로 제법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1권에서는 다르타냥과 삼총사가 우애를 쌓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로, 2권에서는 각 총사들의 비밀을 엿보는 재미로, 3권에서는 미모와 영악함을 갖춘 팜므파탈 밀레디를 지켜보는 재미로 지루할 새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영화로, 드라마로, 애니메이션으로 끊임없이 변주되어 등장하는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매력적인 모험담을 통해 나 또한 한 순간 이들과 함께 작당하는 또 한 명의 총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상을 벗어나게 해줄 모험이 필요할 때 이제 뒤마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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