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2 밀리언셀러 클럽 65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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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임 소리 마마>, <그로테스크>. 단 두 권의 작품만으로 기리노 나쓰오를 평하기엔 어쩐지 갸웃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최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 여성 작가중의 한 명이지만 첫 만남이 썩 즐겁지 않아서였을까? 두번째 작품을 접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어영부영하다보니 이제서야 <아웃>으로 세번째 만남을 이어갔다. 두 권이나 되는 제법 두꺼운 분량 때문에 다른 작품을 먼저 읽어볼까도 고민했지만, 무엇보다 기리노 나쓰오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아웃>을 통해 그녀를 더 잘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아웃>부터 읽게 되었다. 

  기리노 나쓰오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여성 캐릭터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딱 잘라 두 작가를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경우에는 소재면에서 독자를 사로잡지만 그에 비해 여성 캐릭터는 대체로 평면적으로 전개되어서 아쉽다면, 기리노 나쓰오는 일단 여성 작가라 그런지 여성 캐릭터를 구사해내는 능력이 빼어나고, 소재 자체도 다소 잔혹한 면은 있지만 그녀만의 개성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인 <아웃> 역시 네 명의 여성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매력이 있었다. 

  도시락 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네 여자. 취향도, 생김새도, 가난에 찌들어 있다는 것 외에는 생활상도 제각각이라 가난과 공장이라는 공통 분모가 없으면 인연이 닿지 않았을 이들. 어느 날, 남편의 폭력에 더이상 참지 못한 야오이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며 이 네 여자의 인생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생활에 많이 찌들긴 했지만 평범했던 네 명의 여자가 야오이를 도와 사체를 처리하면서 점점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는 모습,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어둠 속에서 오히려 빛을 찾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제법 두꺼운 분량의 이야기였지만,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극한에 몰린 네 여자의 감정의 변화가 너무나 잘 묘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용금고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되었던 마사코. 그녀는 충분히 가족과 같은 생활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스스로 야간 근무를 택함으로서 가족과의 단절을 택한다. 야오이의 남편의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냉정함을 유지하지만, 사실은 그저 삶에 지쳐 있었을 뿐인 약한 여자. 마사코 뿐 아니라 뚱뚱한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지만, 명품과 외제차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려 하지만 오히려 사채업자의 독촉에 시달리며 찌들어가는 구니코. 공장에서는 스승님이라고 불리지만 병든 시어머니의 수발에 지쳐 있는 요시에. 사회적 윤리와 관계 없이 자신의 자유를 찾아줄, 자신의 생활을 안정시켜줄 '돈'을 얻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은 어쩐지 안쓰럽기까지 했다. 

  평범한 가정 주부들이 시체를 토막낸다는 충격적인 소재. 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연민도, 동정도 아닌 그저 '비정함'이었다. 아수라장 같은 삶. 하지만 누가 삶을 마냥 행복한 것이라고, 아픔도 고통도 슬픔도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기리노 나쓰오의 건조하지만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와닿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가볍게만은 읽을 수 없는 작품이지만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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