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독신남 다이키치. 어느 날 외할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내려갔다가 외할아버지가 마지막 열정을 불태워(?) 6살 난 이모를 남기고 떠난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의 정체도 알 수 없고, 모두들 마치 아이를 물건처럼 서로 떠맡지 않으려 할 뿐. 이에 발끈한 다이키치는 6살 난 이모인 린을 데리고 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린아이를 싫어했던 독신남의 좌충우돌 육아기 정도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탓인지 6살 치고는 성숙한 린에게서 다이키치는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 린에게 생활을 맞추기 위해 야근이 적은 부서로 옮기기도 하는 등 일정 부분 자신의 삶을 희생하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다이키치는 더 넓은 세계와 만나고,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간다. 얼마 전에 방영했던 일본 드라마 <마이 걸> 때문인지 오래 전에 읽었던 <아기와 나> 때문인지 설정 자체는 어디서 본 듯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빤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어차피 린 같은 아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토끼드롭스>를 육아판타지로 읽어내려가면 오히려 알콩달콩한 재미가 펼쳐진다. 린과 친하게 지내는 코우키의 엄마와의 감질나게 이어지는 로맨스, 아이가 있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생활 속의 소소한 사건, 오히려 린을 통해 다시금 돈독해진 다이키치 가족의 이야기 등 린이라는 존재 자체는 판타지이지만 이를 둘러싼 사건이 생생해 크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이어지는 5권부터는 10년 뒤로 건너 뛰어 진행된다고 한다. 린과 다이키치의 풋풋한 시절을 지나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어쨌거나 아직 완간이 되지 않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아쉬울 정도로 오랫만에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 어쩐지 심드렁한 주말에 이 책 덕분에 입가에 미소가 감돌며 조금은 마음도 편해진 기분. 덧) 최근 일본에서 영화화 소식이 들려왔는데 홍보용 사진을 보니 어쩐지 영화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