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엘러리 퀸'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은 재미는 있는데 2%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학생 아리스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좀 심하게 말하자면 미스터리를 가장한 청춘소설이라는 느낌이었고,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한 권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러저러한 잔재미는 있어도 강한 한 방이 없어서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쌍두의 악마>가 나왔을 때도 조금 시큰둥했는데, 마땅히 읽을 게 없어 골랐다가 이 책 덕분에 주말 하루 뒹굴거리면서 잘 보냈다. 일단 본격 미스터리답게 이번에도 '고립'된 장소가 등장한다. <월광게임>에서는 화산 폭발로 인한 고립, <외딴섬 퍼즐>에서는 제목 그대로 외딴 섬에서의 고립이었다면 이번에는 두 마을을 잇는 다리가 호우에 무너지며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쌍두의 악마'라는 제목에 걸맞게 다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 마을에서 잇달아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인데, 아리스가와 아리스 일행, 즉 EMC 멤버가 패를 갈라 각각 마을 이쪽과 저쪽에 나뉘어져 각각 사건을 풀어나간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아리스 시리즈'는 학생/작가를 막론하고 아리스가 주된 해결사가 아니다. 아리스는 그저 탐정 역할을 맡는 인물의 곁에서 보조적인 인물로 등장하며 탐정의 추리를 지켜보고, 사건을 서술하는 역할만 담당할 뿐이다. 하지만 <쌍두의 악마>에서는 에가미 선배가 고립된 탓에 자연스레 EMC의 다른 멤버들이 추리를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에가미 선배라면 좀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 법한 사건의 진상을 아리스를 비롯한 EMC 멤버들(보통의 독자의 수준이 이 정도가 아닐까)이 논리적으로 파악해가는 과정이 재미를 더했다. 1권에서는 주로 사건의 밑밥을 던지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 다소 느리게 진행되었다면 2권에서는 흩어진 조각을 하나씩 맞추면서 사건을 완성해가는 내용이라 비교적 빠르게 전개되었다. 나름 독자에게 모든 실마리를 제공하고 작가가 도전하는 페어한 방식의 도전이 수록되어 있지만 굳이 기를 쓰고 트릭(혹은 범인)을 간파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어온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만족스러웠다. 작품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뒤에 수록된 야마구치 마사야의 작품 해설도 또 하나의 재미. 작품 해설이라면 딱딱하고 고루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듯. 이래저래 불평이 많지만 이 작품 때문에라도 당분간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은 챙겨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