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절판


마지막 남자는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단정하게 생겼다. 나이는 다른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서른다섯 살쯤 됐을까. 피부가 하얀 것이 흡사 귀족 수재 같았다. 눈은 학자처럼 지적이고 몸에는 시인처럼 낭만적인 분위기가 감도는데다 입매는 스포츠맨처럼 야무졌다. 갈색 양복에 색이 잘 맞는 줄무늬 넥타이를 단정하게 맸고 넥타이핀과 커프스버튼도 튀지 않는 점잖은 취향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하다 형사는 처음에 그를 선망에 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공항이 비에 휩싸인 순간 그 남자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입을 크게 벌렸다. 느닷없이 비가 쏟아지는데도 그것이 비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몇 초쯤 걸리는 모양이었다. "비다, 비다."하고 소리치면서 두 발을 모으고 깡충깡충 뛰었다., 그 뛰는 모습으로 보건대 운동신경 쪽이 영 절망적인 듯했다.
그것을 보더니 볕에 그을리고 깡마른 카메라맨이 "아아, 아아."하고 소리쳤다. 그제야 하다 형사는 그 남자의 이름이 '아아'라는 것을 알았다. -13~4쪽

우연히 일어날 일을 예측할 때, 인간은 대개 세 가지 사고방식을 따른다고 합니다. 지금 이 주사위로 예를 들자면, 처음에 1이 나왔을 때 다음번에도 1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게 하나. 진짜 도박사 중에 이런 식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입니다. 두 번 있는 일은 세 번도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과 같은 사고방식이죠. 두 번째는 처음 나온 눈을 아예 무시하는 생각입니다. 이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대단히 지성적이고 인정에 좌우되지 않아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남은 세 번째 사람들의 사고방식 말씀인데, 실은 이 중에 시바 씨도 끼어 있습니다. 이 그룹 사람들은 처음에 1이 나왔으니 두 번째는 1이 또 나올리 없다고 생각한답니다. 오늘 비가 좍좍 쏟아지고 있으니까 내일은 안 올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4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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