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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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지난 겨울 불현듯 찾아와 여름에 안 나오는 건가 하고 놀랐던 것도 잠시, 어김없이 무더위와 함께 긴다이치 코스케가 돌아왔다. 5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꺼운 분량이라(그동안 소개된 작품중 이 정도 볼륨은 <팔묘촌> 정도뿐) 어쩐지 책이 잘 펼쳐지지 않아 다소 물리적인 불편함은 있었지만, 심리적인 속도만큼은 명불허전 긴다이치 코스케! 

  월금도라는 외딴 섬에서 자라난 도모코는 죽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18세가 되는 때 양아버지 긴조가 살고 있는 도쿄로 떠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녀의 도쿄행을 막으려는 협박 편지가 날아들고, 긴다이치 코스케는 도모코의 안전을 위해 그녀의 도쿄행에 동행한다. 무사히 도쿄에 도착했다고 안심하는 것도 잠시. 협박편지의 내용대로 그녀의 정혼자 물망에 오른 남자들이 하나둘 죽어나간다. 19년 전 '박쥐를 찾았다'는 이상한 말을 남긴 채 죽은 도모코의 친아버지와 이상하게 꼬여 있는 오늘날의 사건, 이 두 가지 사건의 해답을 과연 긴다이치 코스케는 찾아낼 수 있을까.

  사실 오래전 고로의 드라마로 만들어진 <여왕벌>을 본 적이 있으나 여왕벌로 등장한 여주인공이 딱히 내 스타일이 아니라 그랬는지 다른 시리즈에 비해 크게 인상 깊지는 않았다. 다만, 어렴풋하게 여왕벌이라 불리는 캐릭터에는 관심이 있었는데, 책으로 만나고 보니 오히려 드라마보다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묘사는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매력을 가진 여자, 정도였지만.) 잇달아 일어나는 사건 속에서 섬으로 돌아갈 생각보다는 사건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강인한 내면, 하지만 여느 여자처럼 자신을 떠받드는 남자에 들뜨기도 하고, 어린 동생을 따뜻하게 대할 줄 아는 다양한 매력의 소유자. 하지만 자신 때문에 죄 없는 남자들이 죽은 것은 아닐까 하고 가슴 아파하기도 하는, 도모코는 좀체 그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다. 그렇기에 그녀의 마력에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여왕벌>을 읽다보면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집착과 한 끗 차가 아닐까 싶어졌다. 결국 빼어난 미모를 가진 모녀 때문에 모든 일은 벌어졌고, 그녀들을 향한 비뚤어진 사랑이 그 모든 사건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분명 기묘한 분위기만큼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여느 작품과 다르지 않았지만, 어쩐지 아쉬움이 들었다. 작품 후기에서도 언급하듯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순위 10위 안에 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그 순위가 10위권 내에서도 후반에 위치한다고 하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듯. 아무래도 도모코와 렌타로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두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다소 밋밋한 캐릭터 설정, 기존의 시리즈보다는 기묘함은 덜하지만 대중성은 더한 구성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뭐 그래도 명불허전이라고 이름값을 하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책 사이에 끼어온 전단에 <세 개의 수탑>이 근간으로 잡혀 있는데, 이 작품 또한 어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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