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구판절판


나는 여행을 다니며 국경을 넘을 때면 이상하게 그날의 기분에 젖곤 한다. 서울로 이주해온 뒤 제법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때의 나처럼 국경을 넘는 심정으로 이 도시로 흘러들어오기도 한다는 걸. 투명한 유리구슬처럼 가공된 빛을 발하며 도시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그 빛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다른 이면에는 어둠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이 도시는 누군가에게는 나고 자란 고향이며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환멸의 상징이기도 할 것이다. 또 한편 어떤 사람은 이 도시에서 봄날의 나비처럼 꿈속을 살아가기도 하리라. -11쪽

의지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말, 한동안 그 말이 입안에 맴돌았다. 정작 삶은 자신의 의지를 비껴가는 일이 다반사다. 내 의지와 어긋나는 일들을 겪으며 때로 아파하고 좌절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갈림길에 섰을 때 그는 생각했다. 어느 한쪽도 제대로 선택할 수 없다면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서보자고.-25~6쪽

그는 자신의 짧은 이성으로 가늠이 되는 것보다 의도할 수 없는, 가늠이 되지 않는 것에 끌린다. 이 생을 사는 동안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려는 것도 궁극적으로 더 넓은 세계를 알아가려는 노력이다. -34~5쪽

우리의 미적 감각이 언제부터 이렇게 획일화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은 눈이 작을 수도 있고, 쌍커풀이 없을 수도 있고, 입이 돌출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키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고… 인간의 생김새는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기준을 정해놓고 미를 규격화시키려다 보니 다들 비슷비슷한 얼굴, 옷차림, 태도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요. 미에 표준이 어딨겠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스타일은 곧 태도 같아요. 옷이 그 사람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가 자신을 나타내는 거죠. -48쪽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가 서른이 넘으면 나이가 많다고 하잖아요. 30대, 40대 여자들이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별로 관심도 없고요. 저는 사람들이 왜 나이에 대해 고민하고 그 나이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틀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이라는 건 책 표지 같은 거 아닐까요. 나이에 맞는 대로 살아야 할 표본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것도 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합리화 같은 거니까. 몇 살에는 뭘 해야 하고, 결혼은 언제쯤 해야 하고 그런 거 사실 웃긴 거예요. 우리는 규격대로 맞춰 찍어낸 공산품이 아니거든요. -7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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