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절판


기이한 사람들. 지나가면서 기껏해야 쉬 지워져버리는 연기밖에 남기지 못하는 그 사람들. 위트와 나는 종종 흔적마저 사라져버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곤 했었다. 그들은 어느 날 무(無)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린다. 미(美)의 여왕들, 멋쟁이 바람둥이들, 나비들. 그들 대부분은 심지어 살아 있는 동안에도 결코 단단해지지 못할 수증기만큼의 밀도조차 지니지 못했다. 위트는 '해변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한 인간을 나에게 그 예로 들어 보이곤 했다. 그 남자는 사십 년 동안이나 바닷가나 수영장가에서 여름 피서객들과 할일 없는 부자들과 한담을 나누며 보냈다. 수천수만 장의 바캉스 사진들 뒤쪽 한구석에 서서 그는 즐거워하는 사람들 그룹 저 너머에 수영복을 입은 채 찍혀 있지만 아무도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며 왜 그가 그곳에 사진 찍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아무도 그가 어느 날 문득 사진들 속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위트에게 감히 그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그 '해변의 사나이'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7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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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한보따리^^
    from 꿈을 나누는 서재 2010-06-02 20:05 
    오늘아침, 옆지기는 체험학습일로 일찍 나가고 옆지기를 대신해서 아이들과 함께 수학과외를 받기 위해 용인을 갔다. 범석과 해람이가 유일하게 받고 있는 학교외 수업이다. 11시부터 2시간을 받는 데 미리 공부를 한다며 10시까지 가서 자율학습까지 하면 16시나 되어야 끝난단다. 나는 장장 6시간을 소일꺼리를 찾아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근처 초등학교에 주차를 한 후 독서를 했다. 점점 날이 더위지면서 다른 꺼리를 찾는데 사람들이 등산복을 입고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