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2 - 준비!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절판


미와 선생이 차지할 수 없었던 것, 차지하고 싶었던 것, 우리 손에 쥐여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것은 400미터 계주 팀이 우리 학교 역사상 최초로 인터하이에 출전하는 것만은 아니리라는 생각이 든다.
기록을 0.01초 단축하는 것. 거리를 1센티미터 늘리는 것. 예선에서 끝나지 않고 준결승에 올라가는 것. 지구에서 끝나지 않고 현에 올라가는 것. 각자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 자세, 주법, 도약법, 투척법, 시합에 임하는 정신. 육상 경기 그 자체. 우리가 모여서 육상을 한다는 그 자체.
그것에 호응하고 싶다. -142~3쪽

'가능성'이라고 다니구치에게 말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 중장거리로 전향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다니구치가 나에게 상담을 청했을 때다. 흔해빠진 말이다. 육상부 활동을 하는 고등학생에게라면 발에 치일 정도로 흔한 말이다. 그 말이 다니구치에게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입 밖에 내는 말이 무게를 띠는 것은 행동이 따를 때뿐이다. 모리야 선배가 말한 '하루하루가 나의 최선을 경신한다.'는 말처럼…… 나는 노력하고 있을까? 다니구치가 나를 보고 '가능성'이란 말을 믿어줄 만큼?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가슴이 쓰렸다.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가능성, 영원히 버리고 싶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내내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 말이다. -162쪽

쉽게 비교하지는 마. 육상은 결과가 숫자로 딱딱 나오는 경기야. 그러니까 비교하기는 쉽지. 하지만 한 선수의 잠재 능력은 당장의 기록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거야. 이기려고 안달하면 안 된다. 그렇게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그래도 최대한 따라 잡으려고 노력해야지. 훔쳐낼 만한 것이 있으면 깡그리 훔쳐내. 흉내 낼 만한 것이 있으면 모조리 흉내 내. 너하고 이치노세는 스타일이 다른 러너니까 결국 너는 네 주법을 추구하게 될 테지만, 스프린트의 기본이 잡힐 때까지는 아무리 흉내를 내도 괜찮은 거야. 살아 있는 교재니까. 그 이상의 교재는 바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부원들은 아마 행운을 누리는 거겠지. …… 이 이야기, 내가 늘 하던 이야기잖아? (중략)
초조해하지 말고 기죽지도 말고 끈질기게 추격하는 거야. 달리기의 기초를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너만의 스타일을 찾아야지. 그렇게만 하면 너는 3학년 종체가 열릴 때쯤이면 이치노세와 겨룰 수 있는 선수가 될 거다. -167쪽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결과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180쪽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다른 학교 선수들이지만 그 주자들을 모두 응원해주고 싶었다. 처음 1학년 여름 합숙에 참가했을 때 300미터나 400미터 달리기에서 다른 학교 선수들에게 차별 없이 응원을 보내는 모습에 나는 어색함을 느꼈다. 아무리 훈련이라도 경기 형식의 경쟁이지 않은가. 하지만 육상은 그런 것이다. 달린다는 것은 평등하고 존엄한 행위다. 단거리든 장거리든 타임이나 순위에 관계없이 한계에 도전하며 달린다는 것이 소중하다. 그 고통과 기쁨을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달리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지만, 우리는 배턴이나 어깨띠가 없어도 응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다.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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