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1 - 제자리로!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절판


선배들이 배턴 터치를 시작한다. 트랙이 혼잡하자 미와 선생과 예비 주자 고마쓰 선배도 안으로 들어가서 코스를 확보하고 있다. 1주자 시마다 선배가 달렸다.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한다. 나도 달리고 싶다. 저 빨간 트랙을 달리고 싶다. -66쪽

'구기에 서툴고 하반신에 강력한 탄력을 가진 선수는 속도 경기에서 대성할 수 있다. 스프린트의 왕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일까? 나는 언제나 그 말을 부적처럼 가슴에 품고 지냈다. 사르트 FC에서의 고달팠던 마지막 2년조차 필요한 과정으로 귀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고교 육상부의 훈련은 중학생 시절 축구 클럽 훈련보다 육체적으로 훨씬 고되다. 그 고됨이 나는 반갑다. 나는 정말로 성과를 원했다. 골이라는 성과. 더 많은 골이라는 성과. 화려한 드리블과 감각적인 패스. 팀 승리에 공헌하는 것. 하지만 미진했다. 늘 굶주려 있었다.
스프린트 기록. 충실히 훈련하면 향상되는 기록. 내 몸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록. 내가 나를 믿을 수 있게 해주는 기록. 자신감, 나에게 가장 부족한 그것. 예전의 나는 그걸 조금이라도 갖고 있었을까…….-177~8쪽

내가 100미터엣 11초 2를 기록했고, 그다지 믿음직한 기록은 아니지만 렌은 11초 1을 기록했다. 2위와 1위다. 아주 근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0.1초에서 아마존 강폭만 한 차이가 느껴진다. 게다가 과연 녀석은 전력을 다해서 달렸을까?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저 분하다. 그렇게 농땡이나 치는 놈한테는 지고 싶지 않다. 렌을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솔직히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분하다. 엄청 분하다. -184쪽

100미터는 역시 가장 긴장되는 종목이다. 옆으로 나란히 한 줄로 늘어서는 스타트. 굉장한 압박감을 느낀다. 모두들 오라를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는 것이 마치, 내가내가내가내가, 이긴다이긴다이긴다이긴다, 라도 주장하는 듯하다. 스타트에서 실수하면 바로 끝이다. 기가 약한 놈은 출발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에너지가 바닥나버린다. 대개 나는 '큰일 났다,' 생각하며 스타트 라인에 서고, '아차!' 하며 출발하며,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는데.' 하고 후회하면서 골인한다.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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