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펜스보다는 사회소설

올림픽의 몸값 2 ㅣ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공중그네>나 <남쪽으로 튀어> 등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대개 유머러스한 것이 많아서 사실 그를 재미있긴 하지만 가벼운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라고 폄하한 적이 있다. 그래서 한동안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에 발을 끊고 있다가 <방해자>를 읽으며 오쿠다 히데오도 진지할 수 있다, 웃기지는 않지만 독자를 매료시키는 글을 쓸 수도 있다는 점을 느꼈다. 도쿄 올림픽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 <올림픽의 몸값>도 그런 진지한 작품의 하나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전쟁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한 도쿄.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을 유치하고 일반 시민은 물론이거니와 야쿠자도 자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할만큼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도쿄 올림픽을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로 뭉쳤을 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형이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도쿄대생 구니오. 씨 다른 형제였고, 한 지붕에서 생활한 시간이 길지 않아 그리 정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형의 죽음에 구니오는 뭔가 형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고자 건설 현장에 뛰어든다. 일류대생이라는 프리미엄을 떼고 그저 하나의 부속으로만 취급당하는 하류 생활을 하며 구니오는 점차 사회 구조의 모순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런 부당한 사회에 반항하고자 올림픽을 인질로 삼은 국가를 상대로 한 테러를 감행하려 한다.

  이야기는 사회에 도전장을 내미는 시마자키 구니오, 이제 갓 도쿄 외곽에 아파트를 장만한 경찰 오치아이 마사오, 올림픽 경비 책임자의 아들로 엘리트 집안에 걸맞지 않게 텔레비전 방송국에 들어간 스가 다다시의 이야기가 교차로 등장한다. 단순히 화자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얽혀 있어 혼란과 재미를 더한다. 보통 이런 식으로 대규모 테러를 감행하는 이야기라면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긴장감'이 아닐까 싶다. 정말 테러가 일어나면 어쩐다, 이번에는 경찰이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등등 왜 테러를 일으키는가보다는 테러의 저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림픽의 몸값>은 한편으로는 테러범을 쫓는 긴장도 챙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왜 테러를 일으키려 하는가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춘다.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그 '왜'를 위해서 분량이 꽤 길어져 솔직히 말하자면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올림픽의 몸값>의 매력이기도 하리라.

  국가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한 개인은 얼마나 나약해지는가를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올림픽을 인질로 삼은 '서스펜스'를 기대했던 점에서는 아쉬웠지만, 도쿄 올림픽이 열렸던 1968년의 도쿄의 사회나 문화적인 면모,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급격히 벌어지는 빈부의 격차 등이 그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보완해줬다. 책을 읽기 전에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일본 만세!"라는 분위기는 다소 신경에 거슬렸지만, 뭐 소설은 소설로 받아들일 뿐. 올림픽을 무사히 개최하기 위해 관과 민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과연 우리의 서울올림픽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