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Mr. Know 세계문학 24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구판절판


나는 방금 전에 <영향력>이란 말을 사용하였는데, 그 단어는 60고개에 들어선 우리 부부의 삶에서 서서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부각되었다. 우리 부부는, 이 미국 사회에서 어느 분야의 예술가든 크게는 이 사회가 그들에게 부여해 주는 영향력에서 자신들의 예술 행위에 대한 보답을 찾는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엠마가 그러했다. 원래 교회 단체에서 세운 대학인 메클렌버그 대학에서 나도 어느 정도의 교육은 받은 셈이지만 브린 모 대학을 나온 엠마는 더 섬세한 교육을 받은 것이 틀림없었고,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언제나 강한 신념 하나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그 신념이란 다름이 아니라, 바로 나 같은 작가들이 어렵사리 획득한 명성과 부를 훌륭한 사회 사업이나 학생들이 사회에 안전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면, 혹은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말대로, 지역사회의 분위기가 그릇된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데도 호통을 치지 않는다면 그 명성이나 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단호한 생각이었다. -43쪽

나보다 훨씬 똑똑한 여자인 내 편집자 역시 나를 겁나게 하는 존재였다. 그래도 그녀는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또 우리는 함께 내 원고가 형체를 갖출 수 있도록 무진 애를 쓰기도 했었다. 그러나 진짜 두려움은 딴 곳에 있었다. 원고가 서서히 인쇄 과정에 들어감에 따라 나는, 과연 비평가들이 내 작품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평을 해줄 것인지, 독자들이 과연 내 책을 사서 볼 것인지 정말 가슴 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내 뜻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 된 것이 없었다.
책이 세상에 나왔다가는 곧 날개 찢긴 새처럼 퍼덕거기라다가 죽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더욱이 네 번씩이나 그러한 고통을 경험하다니! 정말 불운한 세월이었다. -49쪽

어떤 책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책의 장점을 발견해서 책을 구입하고 또 나중에 가서는 <이 작가가 다음번에는 무슨 책을 낼지 궁금한데>라고 말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게 바로 글쓰기고 또 출판이에요. -57쪽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미스 데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원고나 그 원고를 쓴 작가와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거예요. 항상 팔 하나의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 그들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결국 당신의 성공은 당신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얼마만큼 올바르게 그들을 판단하느냐 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어요.」-164쪽

마멜스타인은 훌륭한 편집자로서 세 가지 자질을 지닌 여자야. 첫째는,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멋진 소설을 찾아내는 능력, 둘째는, 시류에 적합한 주제들을 찾아내고 또 그것을 논픽션 책으로 엮어 낼 적절한 작가를 발굴하는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15년이 지나도 읽고 싶어 하는 그런 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지. -185쪽

글을 쓸 때 혈관을 통해 뜨거운 피가 흐른다는 강렬한 의식이 없으면, 그 글에 어떤 중요한 의미가 담길 수 없다는 것이지요. 글쓰기란 곧 신체의 모든 부분을 다 동원해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겁니다. 스트라이버트 교수님은 우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죠. <주전자의 물이 끓을 때 그 속에 모든 재료를 다 집어넣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226쪽

하지만 스트라이버트 박사님, 소설이 아닌 논픽션의 경우는 달라요. 그런 책들 가운데 성공한 책들의 절반 정도는 다 대중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생각 깊은 편집자들이 제안해서 만들어진 책일 겁니다. 어쩌면 베스트셀러의 4분의 3이 편집자들이 제안한 책일지도 모릅니다.-278쪽

잘못은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데블런 교수님이 나에게 쏟아 부었던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실제 상황에 있는 실제 인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네.> 그의 현명한 충고는 계속되었다. <추상적 개념에 관한 소설은 실패할 수밖에 없네. 유형적 인물에 대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물에 대해 써야만 하네.> 이러한 충고를 나는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반복해서 강조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러한 충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3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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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3-2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세상에 나왔다가는 곧 날개 찢긴 새처럼 퍼덕거기라다가 죽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아, 정말 슬픈데요. 하지만, 단 몇 %만을 위한 책이라 하더라도 필요해요.
'단 1명이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다면' '단 1명이라도 가슴이 일렁이 생겨
변화시킬 수 있다면' 이라는 마음이 있다면 좀 덜 슬프지 않을까, 그게 바로 작가의
마인드 아닐까 생각하긴 하지만...

이매지 2010-03-21 22:07   좋아요 0 | URL
물론 단 몇 %만을 위한 책도 필요하겠지만, 작가나 편집자 입장에서는 좋은 책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 ^^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사실 책의 운명은 2주 안에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좋은 책인데 그렇게 묻혀버리면 좀 안타깝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