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을 받았다고 포기하지 마십시오. '항해'라는 말로 인생을 비유하기도 하는데. 항해를 하다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거대한 풍랑을 만나기도 하죠. 병은 말하자면 일종의 거친 풍랑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걸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등대처럼 그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살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절대로 포기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70쪽
한순간에도 생사가 갈리는 병원에서 '만약'이라는 말처럼 힘없고 빛바랜 말이 어디 있을까. 아니, 그렇기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환자들에게 얼마나 달콤하고 매력적인가. 그런데 김영훈 교수의 '만약'이란 말은 좀 달랐다. 더 이상 잃어버린 '과거'를 추억하는 것도, 달콤한 '가정'도 아닌,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과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고 싶은 '의지'를 담은 '미래'의 말처럼 들렸다. -78쪽
착한 사람이어야죠. 그러려면 환자한테 거짓말하지 말아야 할 거구요. 또 환자한테 항상 따뜻하게 대해야죠. 환자들이 '내가 선생님 부인이라면 어떻게 하겠냐, 그렇게 수술하겠냐' 하고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제 가족이라고 생각 안 하면 어떻게 최선의 방법을 찾겠습니까? 당연히 그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찾을 수밖에 없고, 늘 마음을 다해야죠. -161쪽
의사가 가장 위험할 때가 언제냐면 본인이 자만할 때거든요. 나는 농담처럼 이제 우리 과에서 하산할 때가 됐다는 표현을 합니다. 어느 정도 수술이 자신이 있고 다 아무 문제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자만심이 생기고 사고가 나기도 하거든요. 항상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의사가 환자보다 단지 열 배 정도의 의학지식을 더 가진 건 맞지만 의사가 우리 몸과 질병에 대해서 100% 알고 있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의사는 항상 겸손해야 돼요. -206쪽
집도의는 수술장에서 일종의 지휘자와 같은 거야. 자기만 잘한다고 수술이 잘되는 게 아니지. 마취는 잘 되었는지, 환자의 혈압은 괜찮은지, 환부의 상태는 어떤지부터 심지어는 수술장에 들어온 다른 스태프들의 컨디션은 어떤지까지… 수술장의 모든 상황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진정한 집도의지. -217~8쪽
<명의>를 연출하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의사가 모든 병을 고쳐주지는 않는다. 완치를 위해서는 환자의 몫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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