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합창단 - 세상을 바꾸는 불만쟁이들의 유쾌한 반란
김이혜연, 곽현지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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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합창단은 말 그대로 불만을 노래하는 합창단입니다. 서로 모여 자신의 불만을 얘기하고, 서로의 불만을 듣고, 이를 노래로 만들어 다함께 부르는 거죠. 불만을 노래하고, 그럼으로써 즐거움과 희망을 전파한다닌 멋지지 않습니까? 불만을 꺼내 놓을수록 오히려 신이 나고, 불평불만을 들을수록 힘이 나는 이상한 모임. 그것이 불만합창단입니다. -4쪽

저는 불만합창단의 생기발랄한 공연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동안 불만을 억누르는 데 익숙했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불순한 행동이었습니다. 갈등을 일으키고 세상을 시끄럽게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세상에 '쓸데없는' 갈등이란 없습니다. 이유가 있으니 충돌이 생기고, 충돌이 생겨야 발전적 해소도 있습니다. -7쪽

과거 사회는 영역의 구분이 확실했다. 기업은 기업의 일을, 정부는 정부의 일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 각 영역 간의 경계는 날로 희미해지고 있다. 개념과 개념, 사업과 사업이 융합을 하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 관계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통합과 통섭'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 문제와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이 예측불가능의 시대는 통합적이고 통섭적인 접근과 대처를 요구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 혼자 사회적 과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방법론이 이제는 유효하지 않으며 가능하지도 않은 세상이 온 것이다.
새로운 세상은 바로 이런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다름을 넘어 이음으로, 경계를 넘어 융합으로 가는 세상을 명료하게 통찰하면서, 각 분야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통해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사회의 공익과 공공선을 창출해나가는 모델과 그리고 이를 촉진하면서 함께 대안을 창출해나가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그런 맥락에서 이런 고민을 좀 더 많이, 좀 더 오래 하는 곳이 희망제작소이고 (후략)-33쪽

거창한 형식보다는 내용에서 자연스럽게 시민의 힘이 우러나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또한 시민사회가 '이슈'와 '구호'를 위해 '문화(행사)'를 내세우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126쪽

"뭐, 불만합창단? 으하하하하. 별걸 다 들어본다."
"왜 하필 불만이야? 기왕 하는 거 '희망'합창단으로 바꾸면 어때?"
"왜 자꾸 불평불만 같은 어두운 면만 다루지? 너무 부정적인 거 아냐?"
"우린 애써서라도 긍정적인 면을 봐야 해."
불만합창단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우리 사회가 불평불만을 대하는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불평불만은 부정적인 것이고, 이렇게 부정적인 것을 붙들고 늘어지는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게다가 불평불만을 말하는 사람은 어딘가 비뚤어진 게 분명하다는 인식마저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불만은 무시되기 일쑤다. 누군가 불만을 표출하면 불만을 유발한 자들은 이에 질세라 찍어 누르거나 제압하려고만 했다. 왜 그럴까? 많은 사람이 불평불만은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52쪽

불평과 불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이토록 부정적이어서일까? 불만을 표출하는 방식, 불평의 사회적 유통은 언제나 시끄럽거나 과격할 수밖에 없었다. 거세게 누르는 불만 유발자의 힘을 뚫고 나와야만 그 불만이 세상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불만은 그 형편이 더욱 나쁘다. 사적인 불만은 집단화하지 않으면 표현할 출구도 공감을 받을 통로도 없다. 게다가 개인적인 불만은 공적인 영역에 밀려 언제나 늘 사소하고 덜 중요한 것으로 다뤄지지 않았던가. -152~3쪽

불만합창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통해 불만을 한바탕 풀고 보니, 우리는 남이 아니라 같은 고민을 하며 호흡하는 동시대인이라는 진한 연대감을 느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편을 가르고, 높고 낮음을 부여하고, 대화를 단절하고, 개인을 고립시키고 외롭게 만드는 건 어쩌면 개인이 아닌 비뚤어진 사회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혼자일 때는 잘 몰랐지만 여럿이 이야기를 하니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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