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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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슈이치에 대해서는 딱히 열광적으로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마땅히 꺼리지도 않는 어정쩡한 상태. 하지만 오랫만에 접하는 그의 청춘소설이기도 하거니와, 번역서로는 독특하게도 한일 양국에서 같은 시기에 발행된 책이라는 점에 관심이 갔다. 게다가 나온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9점이 넘는 꽤 괜찮은 평점이라는 사실에 낚여 주섬주섬 <요노스케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책은 '요노스케'의 이야기다. 쭉 시골에서 살다가 대학 진학을 계기로 마침내 도쿄로 올라와 홀로 살게 된 요노스케, 그의 풋풋한 도쿄에서의 일 년이 매달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드러난다. 4월의 어느 날, 고등학교 졸업 앨범과 낡아빠진 학교 체육복, 늘 사용하던 대리석 받침대의 탁상시계 등이 든 묵직한 가방을 메고 비틀비틀 신주쿠에 등장하는 것에서부터 입학식, 삼바 동호회 가입, 야간 호텔 아르바이트, 풋풋한 데이트 등으로 요노스케는 바쁘게 살아간다.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그의 모습은 지금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불명료하지만, 10년 쯤 지났을 때 어떤 형상을 만들기 위한 과정처럼 그려진다. 

  어리바리하고 별다른 걱정이나 계획도 없어 보이는 요노스케의 이야기는 물 흐르듯이 술술 잘 읽힌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 없는 부잣집 아가씨 쇼코와의 긴가민가 갸웃갸웃한 연애도, 야간 아르바이트와 학교 생활을 병행하는 빡빡한 신입생 시절도 어쩐지 '아, 나도 저렇게 멋 모르고 순수한 때가 있었지'라는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했다. 요노스케의 낙천적인 면모와 풋풋함은 왠지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띤 채 책을 읽어가게 만들었다.

  요노스케의 도쿄에서의 1년을 다룬 이 책은 제법 두께가 있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딱히 힘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인생이라는 것은 한순간의 경험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본적인 메시지 외에는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요노스케와 친구들의 왁자지껄하고 약간은 맹한 에피소드에 어쩐지 키득거리기도 했지만, 책을 내려놓고 나니 크게 인상 깊은 부분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앞전에 접한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이 <악인>이라 더 비교가 된 듯한데, 역자도 후기에서 밝혔듯이 <악인>의 경우에는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 선악 판단과 같은 문제제기와 심오한 의미에 압도'되었다면 <요노스케 이야기>는 '가볍고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쪽이다. 역자는 '소설 구조의 묘미와 소설 쓰기의 전범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이 책을 평했는데, 사실 구조 면에 있어서도 어쩐지 끼어맞추기 식으로 진행된 것 같아 썩 흥미롭지 않았다.

  책 속에서도 요노스케의 매력으로 어중간함을 꼽는데, 이 책의 매력도 요노스케의 매력과 같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 친숙한 느낌이 들고 마음을 터놓게도 하지만, 어딘가 못 미덥기도 한, 요노스케라는 인물에 걸맞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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